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각, 경기도 안양의 꾸까 작업장에서는 이미 하루가 시작됐다. 작업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꽃 손질에 여념이 없고, 다른 한편에서는 플로리스트들이 여러 종류의 꽃을 한데 엮어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이른 오전에 완성된 꽃다발은 포장과 선별 과정을 거쳐 택배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로 배송돼 각 가정에 도착한다. 하루 2500~4000개의 꽃다발이 탄생하는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꽃 공장’이다.
구독 서비스 넘어 손쉬운 꽃 구매 경험 제공
박춘화 꾸까 대표는 12일 경기도 안양시 꾸까 작업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꽃을 일상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지난 10여 년 간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표는 “꾸까는 처음 온라인 꽃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꽃을 한 송이씩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꽃시장’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며 "조만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창고형 꽃 마트를 열어 퇴근길에 누구나 마트에서 장을 보듯 꽃을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꾸까는 ‘꽃 구독’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내걸고 2014년 설립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화장품, 면도기, 건강기능식품 등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고, 박 대표는 꽃을 이같은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면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꾸까는 불과 몇 년 사이 월 구독자가 4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단순히 꽃 구독만으로는 고객층을 넓히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꾸준히 정기적으로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설립 초기 3~4년은 구독 서비스로만 매출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 중 꽃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정도”라며 “이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원하는 꽃을 더욱 손쉽게 필요할 때마다 구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가 확 낮춘 ‘온라인 꽃 시장'으로 승부수
현재 꾸까의 핵심 사업은 △꽃 구독 서비스 △꽃 시장 △플라워 클래스 등이다.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서비스는 온라인 기반의 ‘꽃 시장’이다. ‘꽃 시장’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꽃을 한 송이 혹은 한 묶음씩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각 계절에 맞는 꽃들을 빠르게 수급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가을에는 국화나 코스모스가 유명한 것처럼 꽃도 과일과 같이 제철 꽃이 있다”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제철 꽃들을 때에 맞게 받아볼 수 있고, 꽃 시장 서비스에서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꾸까는 직접 꽃 도매시장의 경매에 참여해 대량의 꽃을 구입하거나 베트남, 콜롬비아 등에서 직접 꽃을 수입해 낮은 가격에 품질 좋은 꽃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반 꽃집 대비 2배 이상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덕분에 2022년 71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3년 83억 원, 2024년 91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매출도 110억 원 수준으로 1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나아가 꾸까는 지역 농가와 직계약을 통해 '꽃 직매입 구조' 구축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계약 농가에 필요한 품종을 미리 재배해 원가를 낮추고, 필요한 꽃을 더욱 신속하게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창고형 꽃 마트로 꽃 소비 문화 바꾼다
꾸까는 이달 중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창고형 꽃 마트를 개소할 계획이다. 마치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에 상품이 진열돼 있듯, 온라인 서비스인 ‘꽃 시장’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한 창고형 꽃 마트를 만들고, 누구나 손쉽게 찾아와 꽃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이제 꽃을 단순히 꽃다발로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꽃을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처럼 한 송이씩 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이달 중 창고형 꽃 마트를 오픈하고, 시장 반응을 살피면서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창고형 꽃 마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꽃 소비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꾸까는 최근 경기도 안양에 대규모 꽃다발 작업장을 신설해 효율적인 제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작업장에서는 수십 명의 플로리스트와 보조 인력이 상시 근무하며 하루 수천 개의 꽃다발을 생산한다. 꽃 전처리부터 제작, 포장까지 공정을 세분화해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였다. 박 대표는 "다른 꽃집들은 화훼의 전 과정을 한 사람이 진행하다 보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기계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대체하고 각 공정별로 세분화함으로써 최소한의 인력만으로도 대량의 꽃다발을 제조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수천억 매출 자신
추후 꾸까는 해외 시장 진출 준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일본과 대만, 캐나다, 미국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시장이 국내보다 꽃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해당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큰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한 대형마트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해외 시장의 경우 콜롬비아나 베트남 등 기존 고객사의 꽃들을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들여와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꽃 온오프라인 판매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박 대표는 앞으로 꾸까를 국내외 화훼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꽃을 소비하는 문화를 바꿔, 꽃이 더 이상 ‘특별한 날의 선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꽃 문화를 바꿔온 것처럼 이제는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성과를 낼 것”이라며 “머지않아 수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화훼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