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의 1군 사령탑 데뷔전이 비로 인해 세 차례나 미뤄졌다. 설 대행이 선언한 ‘스몰 볼 작전 야구’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절대적 전력 약세를 전술로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설 대행은 취임 첫날인 지난 15일 적극적인 ‘작전 야구’로 팀의 기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경기 초반부터 번트를 대고 ‘런 앤 히트(타자의 타격 전 주자가 먼저 뛰는 작전)’ 등 공격적인 도루를 시도해 1점씩 차근차근 점수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전형적인 ‘스몰볼 야구’ 노선이다.
지금까지 키움의 야구는 ‘스몰볼’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시즌 전반기 도루 시도는 47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리그 1위 NC(138번)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도루 성공률은 89.4%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달렸다는 의미다. ‘달리는 선수’도 한정돼 있다. 12개의 도루에 성공한 송성문만이 팀에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 중이다.
키움의 출루율은 0.306으로 리그 최하위다. 출루 자체가 되지 않으면 번트, 도루 등 작전이 무의미해진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의 진루 성공률도 38.08%로 가장 낮다.
키움은 이번 시즌 전반기까지 ‘강한 1번 타자’ 송성문을 리드오프로 배치했다. 집요한 콘택트와 선구안으로 밥상을 차리는 전형적인 1번 타자와는 다르다. 어준서, 전태현 등 하위 타선의 신인 야수들이 차려놓은 밥상이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며 득점하곤 했다. 송성문을 비롯해 이주형, 임지열, 최주환 등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강타자들이 현재 키움의 주전을 맡고 있다.
‘스몰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마운드가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러나 키움 선발진에는 정현우, 박주성, 김윤하 등 저연차 선수들이 많다. 불펜 승률이 0.300에 그칠 정도로 불펜 전력도 불안정하다. 1점을 뽑아내도 마운드에서 지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설 대행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설 대행은 “출루율이 낮아서 득점이 안 됐고 투수 쪽도 약해서 1~2점 차이로 많이 졌다”라며 “외국인 선수나 투수 로테이션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작전 야구가 잘 안 됐다”라고 전반기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지휘봉을 이어받은 감독대행은 ‘전력’보다 ‘전술’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득점 지원을 해줄 에이스가 부족하고 신인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 야구’가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