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김광수 '제때' 사장 대표로 올린 속내는

2025-05-13

김광수 제때 사장이 빙그레 지휘봉을 잡게 됐다. 빙그레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 사장이 승계 과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 대표이사로 김광수 제때 사장이 내정됐다. 전창원 현 빙그레 대표이사는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 내정자는 오는 6월 중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취임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해 40년간 몸담은 정통 빙그레맨이다. 눈여겨볼 이력은 오너3세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제때 대표이사를 2015년부터 10년간 맡아왔다는 점이다.

제때는 빙그레가 2006년 인수한 냉동·냉장 물류업체로,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과 차남 김동만 해태아이스 전무 등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일가 회사다. 김 내정자의 대표이사 취임 전 연매출이 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5700억원의 매출을 넘기며 10년 새 외형을 크게 부풀렸다. 당시 김 대표는 취임 2년차에 사명을 케이엔엘물류(KNL)에서 제때(Jette)로 변경하고, 신선물류 경쟁력 강화하며 제때를 이끌어온 바 있다.

김 내정자가 빙그레 대표이사로 오르게 된 건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빙그레 승계가 본격화한 가운데 제때를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보고 있는 만큼, 김 내정자가 승계 과정에서 '키맨(Key Man)'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다 두 달여 만인 올해 초 철회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각자의 사업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명확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사업 전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빙그레가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할 경우 제때가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해 지주회사 위의 지배회사인 '옥상옥' 구조로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됐었다.

인적분할 후 모든 주주는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 지분 동률을 보유하게 되는데, 빙그레홀딩스는 빙그레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빙그레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면 빙그레 주식을 빙그레홀딩스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기준 김호연 회장(36.75%), 김구재단(2.03%), 물류회사 제때(1.99%), 현담문고(0.13%) 등 특수 관계자의 지분 합이 40.89%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김 회장과 제때 등이 공개 매수에 참여하면 자금 투입 없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제때가 몸집을 키운 뒤 빙그레홀딩스와 합병하는 식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내다봤다. 인적분할 후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모두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중복돼 지주사의 주가 할인이 나타나게 된다. 즉 지주사의 가치가 낮아진다.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의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제때의 몸값이 오르는 시점에 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빙그레가 지주사 전환을 철회한 건 이와 같은 행보가 사실상 오너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 등 승계 작업의 발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더욱이 김동환 빙그레 사장이 작년 사장으로 승진한 시점과 맞물려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빙그레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검토하겠다며 일보 후퇴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사업 전개 방향 등을 마련해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대표 내정자의 역할론이 급부상한 대목이다.

김 내정자는 빙그레를 활용한 제때 외형 성장 및 시너지 확대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제때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승계 과정에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어서다. 실제 제때는 초창기 빙그레와의 내부거래로 몸집을 불렸다. 한때 내부거래 비중이 90%에 달하기도 했는데, 지난해의 경우 제때는 전체(5704억원)에서 20%(1265억원) 이상의 매출을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제때는 현재 전국 공급망과 물류센터, 배송 차량 등 기존의 신선 물류(콜드체인) 인프라를 갖추고 물류뿐 아니라 식자재 유통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물류 시장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시장 진출도 내다보고 있다.

다만 빙그레와 제때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은 승계 작업의 부담 요인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때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을 조사 받고 있다. 빙그레가 자회사 해태아이스의 부라보콘 과자·종이 등 생산을 맡았던 협력업체 동산산업과 거래를 끊고 제때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다.

빙그레 관계자는 "신임 사장에 대한 상세 프로필은 취임 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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