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들이 납기 지연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확보했던 공급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등 시장 악화 여파로 인해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장비도 당장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올해 전기차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K배터리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장비 회사인 피엔티(137400)는 1100억여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 종료일을 기존 2025년 12월 31일에서 2026년 3월 31일로 정정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또한 685억 원 규모의 다른 공급 계약건에 대해서도 종료일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30일로 변경한다고 알렸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장비 납품 기일이 최대 반년까지 밀린 것이다.
이 뿐 아니다. 다른 장비 기업 씨아이에스(222080)도 국내 배터리 고객사로부터 수주했던 220억 원 규모의 장비 공급 일정이 끝나는 시점을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올 5월 22일로 정정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탑머티리얼(360070)은 690억 원 규모의 2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급 계약 기간 종료일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30일로 미루기로 했다. 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올 상반기 중으로 납기를 미뤄달라는 고객사 요청이 하반기까지로 연장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장비 업계의 납기 지연은 전반적인 배터리 시장의 부진 여파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엘앤에프(066970)·포스코퓨처엠(003670) 등 국내 배터리 셀 및 소재 업체들이 고객사 문제로 인해 통보받은 계약 취소 또는 감액 규모는 약 28조 원에 달한다. 향후 공급하기로 했던 물량이 아예 사라지거나 지난해까지 납품하기로 했던 물량이 대거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른 투자 위축도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SK온은 서산 3공장 증설을 연기했다. 투자 종료일을 기존 2025년 12월 31일에서 2026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한 것이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올해 주요 배터리 기업의 투자 집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엔솔·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적자 예상치는 총 9474억 원에 달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에서 전기차 수요 부진이 불가피한 만큼 업황 반등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우대 정책을 없애거나 내연기관차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25년 9월 말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으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강화했던 미국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16%나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던 유럽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03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개정안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에도 2021년 대비 90% 수준으로 배출가스를 감축하도록 완화됐다.



![[일본 증시] 中 희토류 금수 조치에 하락...핵심 제조업 타격 우려](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