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
지난 12일 발표 후 관련주 주가 상승
주가 상승해 반대주주 청구 미미할 듯
효성티앤씨, NF3 특수가스 세계 2위로
효성화학, 매각 후 부채비율 대폭 낮춰
두 기업, 부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
반도체·석유화학 업황 불투명이 리스크
효성그룹이 지난 12일 내부 계열사 간 M&A를 통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키기에 나선 가운데, 시장은 대체적으로 이번 결정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인수 주체인 효성티앤씨는 9200억원이라는 인수가격을 부담할 능력이 되고, 매각 주체인 효성화학은 이번 매각을 통해 재무부담 상당수를 덜어냈기 때문이다. 양사에 모두 ‘윈윈’인 M&A였던 셈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반도체·석유화학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양사 모두 이번 M&A 이후에 실적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티앤씨 주가는 이날 24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2일 발표일 종가(22만6500원) 대비 8% 이상 오른 수치다.
앞서 효성티앤씨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는 내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인수 가격은 약 9200억원이다.
효성티앤씨 주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무난하게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번 인수에 반대하는 효성티앤씨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청구권 행사가격이 22만6713원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보다 높으면 반대주주는 청구권을 굳이 행사하지 않아도 장 중에 효성티앤씨 주식을 팔면 된다.
그렇게 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거의 없어지게 되고, 효성티앤씨는 인수가격(9200억원) 이외에 추가적인 재무부담에 노출되지 않아도 된다. 인수가 거의 확정되는 셈이다.
효성티앤씨 입장선 시너지, 반도체 업황이 중요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이물질 세척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사업부다.
연간 8000톤의 생산능력으로 SK스페셜티(1만3500톤) 중국 페릭(9000톤)에 이어 3위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효성티앤씨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취저우 네오켐 법인서의 NF3 생산물량(3500톤)까지 합쳐지면서, NF3 시장 분야서 2위 사업자(1만1500톤)가 된다.
물론 연간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최근 기록하고 있는 효성티앤씨 입장에선 92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은 부담요소다.
현금이 없는 효성티앤씨가 인수금액을 전액 차입금으로 조달했다고 가정할 경우, 효성화학의 차입금의존도는 28.6%서 40.9%로 올라간다. 순차입금이 1조1439억원서 2조639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효성티앤씨가 주력 스판덱스 제품서 양호한 이익창출력(2020~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 6.7%)을 유지하고 있고, 특수가스사업부와 기존 사업부 간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차입금의존도가 지속적으로 35%를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의 현재 신용등급은 A2+(기업어금 기준)로 준수한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매출액의 약 3분의 1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평택5공장 건설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초 특수가스사업부가 사모펀드 연합(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될 뻔했지만, 컨소시엄측에서 8000억원대를 가격으로 제시했다가 결국 좌초된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 입장에선 외부 매각이 사실상 좌초됐고 효성화학의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내부 M&A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다만 반도체 업황이 장밋빛만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특수가스사업부가 예상대로 실적을 더 높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효성화학, 부채비율 9779% → 383%
매각 주체인 효성화학도 이번 인수를 통해 부채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9200억원에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기존 9779%서 383%로, 차입금의존도를 82.8%서 62.7%로 낮추게 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효성화학의 연결 차입금 2조6000억원 중 약 35%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리금 분할상환 부담이 컸던 베트남 종속회사(Vina Chemical) 신디케이트론(2024년 9월 말 잔액 약 5억 달러)을 전액 조기 상환하고, 효성화학 본사의 기업어음, 단기사채 등 단기차입금 상환에도 매각대금이 활용될 전망이다.
문제는 효성화학이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화학은 PP(폴리프로펠린)이 매출의 약 50~60%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제품이다. 통상적으로 업계선 PP 스프레드가 1톤당 300달러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보고 있는데,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인해 현재 PP 스프레드가 1톤당 200달러 미만으로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선 베트남 PDH설비 정상가동 지속, 주요 제품의 수급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