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개막
올해 출품작 234편 역대 최다
관람객도 10년새 100배 껑충
전쟁·기후 아동권리 목소리 높아져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아동권리영화제(CRFF)는 아동 체벌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2015년 시작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계기로 교내 체벌은 빠르게 줄었지만 가정 내 체벌은 여전하다는 문제인식의 발로였다. 2020년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가 입양모의 장기간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은 도화선이었다. 이듬해 친권자에게 징계 권한을 명시한 민법 915조가 삭제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결실을 맺었다.
영화제를 출범한 세이브더칠드런이 올해 주제를 ‘우리의 질문이 세상을 구한다’로 삼고 지난 10년간 아동 권리를 위해 던진 질문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에서 만난 주순민 선임매니저는 “10년 전 던진 질문이 실제 변화로 이어졌던 만큼 지금의 질문이 10년 후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첫 해 500명에 불과했던 관객은 지난해 방문자 수 5만명을 넘겼다. 올해 출품작도 234편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작품 공모를 처음 시작한 2016년(48편)과 비교하면 규모가 5배 가량 커진 셈이다. 영화의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아동학대나 또래집단, 아동의 성장, 학교폭력 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국제정세까지 다룬 작품이 들어왔다.
주 매니저는 “올해는 분쟁지역의 아동 권리를 소재로 한 작품 두 편이 본선을 통과했다”며 “이들 작품은 아동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 부문을 따로 두지 않고 통합 심사를 하는데, 중·고등학생 감독의 작품이 거의 매해 수상작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아동 심사위원 참여로 아동권리에 대한 다양한 시선도 담고 있다. 아동 심사위원은 아동권리를 주제로 한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다. 주로 고등학생 심사위원이 많지만 중학생도 선정된다고 한다. 올해는 3명의 아동 심사위원이 문소리 배우와 이경미 감독 등과 함께 심사에 참여해 본상 수상작을 선정했다.
지난해부터는 참여형 아동권리 교육 프로그램 ‘씨네아동권리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영화제 수상작을 통해 보다 쉽게 아동권리를 학습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물론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초등학교 교사가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에만 1만6000명이 참여해 499회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주 매니저는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한 명의 관객이 행동하면 변화의 단초가 생길 것”이라며 “영화제를 통해 한국 사회가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한 달간 열리는 영화제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상작을 무료 상영하고 있으며, 서울·대전·대구·울산·순천 등 5개 지역에서는 지역 상영회를 갖는다. 오는 16일에는 세이브더칠드런이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아동 서사 공상과학(SF) 영화 ‘이세계소년’의 특별 상영회가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