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독일 가면 자우어크라우트 먹을 것”… 메르츠에 ‘응수’

2025-11-24

독일 총리의 ‘브라질 비하’ 논란 의식한 듯

“외국 가면 그 나라 문화 존중해야” 메시지

“독일에 가면 자우어크라우트를 먹겠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룰라는 오는 2026년 4월 독일 방문을 앞두고 있다.

2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룰라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독일에 도착하면 시장 노점에서 파는 자우어크라우트, 소시지 등을 사 먹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페이조아다를 먹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우어크라우트는 잘게 채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보존 식품으로, 독일의 국민 음식으로 불린다. 페이조아다는 검은콩과 돼지고기·쇠고기 등을 함께 끓여서 만든 스튜로, 브라질의 국민 음식으로 통한다. 결국 룰라의 말은 ‘외국에 가면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룰라의 이 같은 언행은 최근 독일에서 벌어진 메르츠의 ‘브라질 비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츠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 참석했다. 귀국 후 메르츠는 공개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 “독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한테 ‘혹시 더 머물고 싶은 사람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며 “다들 브라질을 떠나 복귀하는 것을 행복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메르츠 일행이 브라질 벨렝에 머문 기간은 고작 20시간에 불과했다.

당장 벨렝 주민들을 비롯한 브라질 국민 사이에서 거센 반발 여론이 일었다. 오만한 독일 총리가 브라질 그리고 벨렝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치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르츠를 “나치”, “히틀러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룰라도 “독일 총리가 몸은 브라질에 왔지만 마음은 베를린에 머물렀던 모양”이라며 논란에 가세했다.

독일 야당조차 메르츠를 비판하자 총리실이 수습에 나섰다. 총리실은 “메르츠 총리 발언은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들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메르츠는 남아공 G20 정상회의 기간 룰라와 따로 대화하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 뒤 독일 방문이 예정된 룰라도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의식한 듯 “다음에 벨렝에 오면 최고로 맛있는 식당을 소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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