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상장돼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한국전력이 옛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2023년 김동철 사장 취임 이후 2년여간 한전의 주가가 약 140% 상승하면서다. 특히 올 들어서는 외국인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201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4만 원 선(종가 기준)을 탈환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이 같은 한전의 상승세는 상장 공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4만 2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 2023년 9월 19일(1만 8060원)보다 무려 133.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48.5%를 훌쩍 뛰어넘는다. 해마다 적자가 쌓이면서 시가총액 10조 원 사수도 위태로웠던 한전은 최근 시총이 27조 원대를 넘나들며 코스피 2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22년부터 3년간 배당조차 중단하는 등 주식시장의 천덕꾸러기였던 한전의 주가 반등에는 김 사장의 ‘뚝심경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채 본사 집무실에 머무르며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 나섰다.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 임금 반납, 희망퇴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단행하며 지난해에만 약 3조 7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등 재무 개선을 진두지휘했다.

이러한 고강도 재무 개선 노력이 4년 만의 배당 재개로 이어졌고 투자자 신뢰 회복을 이끌어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내부 효율화 노력 등이 실질적 성과로 나타나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외국인과 기관 ‘큰손’들의 매수 행렬이 줄을 이었다. 2023년 9월 19일 이후 외국인은 5123만 주, 기관은 2105만 주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사장의 잇단 주주 친화 행보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김 사장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이고자 2024년 3월 한전주 800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뉴욕을 방문해 투자설명회(IR)를 열며 투자자들에 재무 현황과 향후 주주 환원책 등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과제도 존재한다. 누적 적자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갈 길이 먼 데다 새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국정과제 이행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은 현 정부에서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이제는 재무 개선을 넘어 전기 품질과 안전경영으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것이 한전의 다음 과제”라며 “흑자 전환과 주가 회복의 성과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