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농촌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내년부터 8개 군별로 1개 면씩을 선정해 2028년까지 3년간 시범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급금액은 1인당 지역화폐로 매달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이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인구 유입과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타당한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 가능성은 있는지 등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자산조사나 노동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 꽤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었으나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없다. 스위스가 2016년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부결된 바 있다. 미국 알래스카 등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아직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 중이다. 어찌보면 자본주의에 어긋나는 발상일 수 있으나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이후 빈부격차 등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논의가 확산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들고 나왔고 한때 국민의힘도 정강정책 1호로 채택했다.
전북자치도에서 실시하겠다는 농촌 기본소득은 지난해 9월 전북연구원을 비롯해 광주연구원, 전남연구원 등 호남권 3개 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손잡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으로 기본소득 정책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면서 급부상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면서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2022년부터 연천군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동네상권이 살아나고 일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전북에서는 전주 등 6개 시지역을 제외하고 부안 진안 순창 등 8개 군지역에서 1개 면을 선정해 실시키로 했다. 면별 주민 수 약 25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총 소요예산은 2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농촌 전체로 확대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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