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고생 사망’ 첫 재판...합창단장 ‘사복 입고 당당’ 도마

2024-07-05

인천 기쁜소식선교회에서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합창단장이 첫 공판에 수의 대신 ‘사복’을 입고 나와 도마 위에 올랐다.

중대 범죄로 법의 심판대에 섰음에도 반성은커녕 현장에 방청하러 온 신도들 시선에 범죄자로 비치지 않으려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일 오전 ‘인천 여고생 사망 사건’의 첫 재판이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 심리로 열리는 317호 법정.

이번 사건의 배후 인물이자 교회 설립자 딸인 그라시아스합창단 박모(52∙여) 단장이 구속된 지 39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 단장과 함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단원 조모(41∙여)씨와 신도 김모(54∙여)씨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여고생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법정은 취재진과 신도 등 50여명의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조씨와 김씨가 여느 구속 피고인처럼 연녹색 수의를 입은 반면에 이들과 함께 수감 생활 중인 박 단장은 ‘검은색 사복’ 차림이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구치소에 요구하면 단정한 복장에 한해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단장의 사복 착용 의도를 두고 신도들에게 ‘죄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수의를 안 입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박 단장은 또 25분가량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든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범 조씨와 김씨 역시 무표정으로 일관했으며, 이들 3명은 장우영 재판장이 발언할 기회를 줬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여고생에게 사죄하거나 애도하는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박 단장이 이번 범행의 ‘지시자’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박 단장이 조씨와 김씨에게 피해자를 감시∙관리하면서 결박하라는 등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렸고, 이행 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고 했다.

박 단장 등 피고인들 측 변호인은 “증거 기록을 검토한 뒤 다음 공판 기일에 구체적 의견을 밝히겠다”며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정에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해자 어머니 함모(52)씨도 출석했다.

재판이 끝난 뒤 함씨는 “왜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신도들에게 둘러싸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을 방청한 구원파피해자모임 관계자는 “박 단장은 신도들에게 범죄자로 비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복을 입고 나온 것 같다”며 “피고인들을 비롯해 교회 측이 사과는커녕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해 분노가 차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단장 등 3명은 지난 2월14일부터 5월2일까지 인천 남동구 기쁜소식인천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A(17)양을 합창단 숙소에 감금한 채 양발을 결박하는 등 26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내달 12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나라∙변성원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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