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맞물린 ‘탄핵심판’과 ‘탐사시추’

2024-12-15

동해 탐사시추, 탄핵심판 심리와 비슷한 시기 진행

비상계엄 선포·담화 때 계속 등장한 ‘대왕고래’

정말 필요하다면 그간 과정 투명하게 공개돼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얼마나 심리하고, 언제 결정할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사건이 접수된 지난 14일부터 180일 이내인 내년 상반기에는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는 공교롭게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인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대왕고래) 1차공 탐사시추 시기와도 맞물린다.

15일 현재 부산 남외항에 정박 중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는 오는 19일쯤 본격적으로 시추를 시작할 예정이다. 작업 기간은 44일이지만,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최장 내년 3월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계약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시추를 통해 꺼낸 암편을 분석한 결과를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대왕고래가 널리 알려진 건 지난 6월3일 윤 대통령의 1호 국정브리핑을 통해서였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로 시작하는 내용은 1970년대를 연상케 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45년 만의 선포였다는 점에서 두 브리핑이 겹쳐 보인다.

브리핑 시점부터 의문스러운 지점이 적지 않았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전날인 이날은 오전 9시부터 레소토 등 6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주식시장 거래가 활발한 시간에 생중계 카메라 앞에 직접 나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했다. 애초 석유공사는 시추가 시작될 때 보도자료 수준으로 알릴 계획이었다. 브리핑 직후부터 유전 관련 기업의 주가는 이후 급등락했다.

브리핑 결과도 좋지 못했다. 자료 분석을 담당한 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심해 유전 탐사 특히 1차공은 원래 진행하기로 계획돼 있던 것으로 브리핑의 계기라 밝혔던 ‘대통령의 승인’이 불필요한 사안임이 드러났다. 야권에서는 4·10 총선 이후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무리한 생중계 브리핑으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전면에 나서 방어했다. 대통령 브리핑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세부 시추계획 수립 등 절차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국회 등에 설명했다. 그러나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최종 세부 시추계획을 보면, 지난 3월 석유공사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왕고래가 역효과를 내고, 야권 반발에 1차공 정부 예산도 전액 삭감된 것은 윤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타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 때는 물론, 사태 이후 밝힌 담화에서 그는 대왕고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1차공 시추 결과에 따라 계획하고 있는 2~5차공 탐사시추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가 에너지 안보 등 한국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1차공도 석유공사 자체 재원을 조달해 진행할 방침이다.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해 5차공 탐사시추까지 필요하다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지난 6월 대통령 브리핑이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떻게 논의됐고 결정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 탐사시추 결과 발표보다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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