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에 당뇨 있다면, 스테로이드 사용 자제해야

2024-10-25

[생활 속 한방] 고령층 위협하는 척추관협착증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많은 사람이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을 즐기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러닝 크루도 유행하고 있으며, 여의도 불꽃 축제나 단풍 축제와 같은 야외 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일부 시니어들에겐 이 같은 외부 활동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실제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인구는 약 777만명으로 40대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2008년 인구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고령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척추 질환 환자도 느는 추세다.

허리통증·다리저림…오래 서 있기 힘들어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중앙에 위치한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 이를 지탱하는 구조물들이 비대해져 신경을 누르고,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주요 증상은 허리 통증을 비롯한 다리 저림 등이다. 걷거나 오래 서 있기가 힘들고, 통증을 피하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잠시 완화되기도 한다. 허리를 굽히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신경 압박이 줄어드는 탓이다. 하지만 통증을 피하려고 허리를 계속 굽히고 다니다 보면 결국 ‘꼬부랑 허리’가 될 위험이 크다. 심해질 경우 다리가 터질 듯 저리거나, 몇 분 걷는 것도 힘들어지는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꼭 수술이 필요한 질환은 아니다. 비수술 치료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SCI(E)급 국제학술지인 ‘영국 신경외과학 저널(British Journal of Neurosurgery)’에 게재된 논문에서도 척추관협착증 환자 68명 중 22명만이 수술을 선택했고, 2년간 추적 관찰 결과 30명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회복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증 완화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는 장기 사용 시 내분비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는 더 위험하다.

흔히 처방되는 스테로이드는 콩팥 위 부신 겉질에서 생산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다. 몸이 받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함은 물론,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낸다. 이에 혈당이 올라가며 스트레스에 신체가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가 처방될 경우 혈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진통제 사용은 자칫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평균 4.1개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질환 보유자 중 70.9%가 3개 이상의 복합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척추관협착증 환자들, 특히 고령층 환자들은 신중하게 치료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한의 치료가 좋은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SCI(E)급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e)’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게재한 연구를 보면, 한방병원 등 한의 의료기관을 찾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10년 새 약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약 2배 이상 증가한 걸 고려하면 한의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가 많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봉침, 한약, 추나요법(한의사가 환자의 틀어진 뼈와 근육을 밀고 당기는 요법) 등의 다양한 치료를 환자의 특성에 맞춰 실시한다. 전인적 관점에서 실시하는 보존치료 특성상 부작용이 거의 없고 예후가 좋다. 한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봉침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한의 찾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10년 새 8배

봉침 치료에 사용되는 봉독은 멜리틴(Mellitin)이 주성분이다. 봉독 전체 중량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멜리틴은 근골격계 진통, 면역 증강 등에 효과가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멜리틴이 척추관협착증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과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생물의학 및 약물치료(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척추관협착증을 유발한 실험 쥐를 사용해 진행됐다. 연구결과, 멜리틴이 염증성 대식세포(M1)를 줄이고 항염증성 대식세포(M2)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운동 능력 개선 실험에서도 멜리틴을 투여한 쥐의 뒷발 사용량이 증가하고 통증 반응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전문적인 치료 외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척추관협착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근육의 퇴행을 늦추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특히 걷기 운동은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하고, 신경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통증이 발생할 만큼 무리해서 걷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통증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로, 컨디션이 좋은 날 무리해 걷다가 오히려 척추의 퇴행을 재촉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옷차림을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하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신체는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키는데, 이로 인해 척추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작은 충격에도 부상 위험이 커지며 특히 허리 통증을 겪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기보단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보온에 효과적이다. 따뜻한 차를 마셔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척추 건강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건강한 척추는 나이와 상관없이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일상 속 작은 습관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듯, 꾸준한 관리와 치료는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배영현 일산자생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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