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파티, 파티 하면 케이크다.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그날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줄 ‘소문난’ 케이크를 쟁취하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매년 찬 바람이 불어오면 최나리씨(22·가명)는 ‘폭풍 검색’을 시작한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찾기 위해서다. 지하철을 타고 픽업 갈 수 있는 곳, 5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 등 ‘예선’을 통과한 케이크들은 디자인 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된다. 지난해에는 이 과정을 거쳐 총 3개의 케이크를 샀다.
최씨가 이토록 ‘케이크에 진심’인 이유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늘 먹던 메뉴, 테이블에 예쁜 케이크 하나 더 올릴 뿐인데 화려한 파티 느낌이 나더라”며 “이보다 더 좋은 가성비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는 ‘한정판’을 내건 수제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화 케이크 전문점 라플레르 플로 김지아 대표는 “재료,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케이크는 진화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더욱 특별한 케이크, 희소성이 있는 케이크를 갈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유림씨(27·가명)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케이크들을 후보에 올리고 지켜보는 중이다. 박씨는 앞서 진행된 ‘1순위’ 케이크 예약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공지된 오픈 시간에 맞춰 예약 폼을 작성했지만 해당 케이크는 2분 만에 매진됐다. 그는 “인기 있는 곳들은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사 먹지 못한다”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1년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이 정도의 유난스러움은 감수할 수 있다”며 웃었다.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시즌을 거듭하며 업그레이드 중이다. 서울신라호텔은 트러플 슬라이스와 크림, 밀푀유, 초콜릿 가나슈 등을 쌓아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처럼 모든 맛을 즐길 수 있는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를 출시했다. 40만원에 책정돼 ‘최고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손꼽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진으로 인한 조기 판매 마감이 예상된다.
호텔 케이크 못지않은 케이크로 정평이 나 있는 성심당은 12월19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케이크를 판매한다. 2일부터 예약할 수 있으며 15일까지 결제를 완료해야 한다. 단, 지난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픈런’을 불사하게 했던 ‘딸기 시루 케이크’는 이번에도 현장 판매만 진행한다. 오전 8시부터 판매되는 케이크를 사기 위해 전날 오후 9시부터 줄을 서야 했었다. 가격은 4만9000원이다.
대학생 주한솔씨는 “마치 어릴 적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듯 하루하루 카운트하면서 (케이크) 판매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동하는 자가 인기 있는 케이크를 얻는 시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재료 원가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올랐음에도 사전 예약 속도는 예년보다 빠르다”며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케이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