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서 지프와 푸조 브랜드의 차를 판매하고 있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법인 출범 2년 차였던 2022년 1만대 가까이 육박했던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올해 연간 판매량은 5000대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걸핏하면 국내 시장 철수설이 시장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뚝심 있게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에 남아있기로 했다. 당장은 판매량이 덜 할지라도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3004대의 차를 판매했다. 지프와 푸조 브랜드로 각각 2217대와 787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원사 13곳 중에서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1996년 크라이슬러코리아에서 출발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022년 초 현재의 형태로 회사를 재편했다.
2021년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와 푸조 그룹(PSA) 간 합병이 단행되고 한불모터스의 푸조 국내 수입·판매 계약이 끝나면서 2022년부터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푸조 수입·판매·A/S 권한을 인수했다. 이후 지프와 푸조 차를 함께 판매하는 체제로 변모했다.
지프·푸조 동시 판매 첫해인 지난 2022년 스텔란티스코리아는 9258대의 차를 판매하며 신바람을 냈다. 지프가 7166대의 판매 기록을 달성했고 푸조도 1965대의 차를 팔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이 당시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판매 실적은 KAIDA 회원사 중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년 지프·푸조 판매량 합계는 6691대였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27.7% 줄어들었다. 푸조 판매량이 3.1% 늘었으나 지프 판매량이 37.0% 감소한 탓이 컸다. 또한 판매가 부진했던 DS 오토모빌 제품의 수입도 이 해를 끝으로 중단됐다.
올해도 두 브랜드의 판매 성적은 썩 신통치 않다. 올해와 지난해 10월 말 기준 기록을 두고 비교해 보면 지프 판매량은 39.0% 감소했고 푸조 판매량은 47.1% 줄어들었다. 1년 전의 전체 누적 판매량과 비교하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별로도 1000대 이상 팔린 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어둡다. 지프 브랜드에서 가장 판매 비중이 큰 중형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 랭글러는 올해 1013대 판매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3.2% 감소한 것이다. 그랜드 체로키 판매도 607대에 그쳤다.
푸조는 판매량 회복을 위해 꺼낸 회심의 카드인 준중형 세단 408이 305대 판매됐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푸조가 판매한 최다 판매 차종이다. 기존 정가보다 가격을 1300만원 이상 내렸던 전기차 e-2008과 e-208은 각각 116대와 77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신차 성적도 암울하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유럽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지프의 첫 순수 전기차 어벤저를 지난 8월부터 내놨으나 3개월간 고작 22대 판매에 그쳤다. 초도물량 중 100대가 선착순으로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물론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가장 강했던 지난 8월 말에 신차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히지만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를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어벤저의 심각한 부진이 뼈아프게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상황을 더 넓게 보기로 했다. 단순히 판매량 증감을 의식하기보다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보고 바닥을 탄탄히 다지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충성 고객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푸조 멤버십 프로그램인 '라이온 하트'를 출범시켜 국내 푸조 보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자동차 시장 내 푸조 브랜드 등록 대수는 4만809대다.
푸조는 전용 애프터서비스 혜택과 웰컴 패키지를 지급하는가 하면 고객들의 수리 부담을 낮추고자 보증 기간이 끝난 고객에 대해서도 순정 부품 가격을 할인한다. 또 내년부터 푸조 멤버십 고객을 위한 전용 이벤트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지프와 푸조 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위해 내년부터 브랜드 통합 서비스센터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집토끼 잡기' 전략을 쓰기로 했다. 새로운 모델의 판매가 쉽지 않다면 현재 보유한 고객들이라도 확실히 잡겠다는 셈이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앞으로도 고객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이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의지"라며 "기본기를 차근차근 다지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