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름값 못하는 상생기금, 트럼프 악재 핑계 안된다

2025-03-13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내년에 종료된다. 지금쯤부터는 제도 연장과 운용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이 발발하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는 처지라 농업계만 동동거리는 상황이다. 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위해 산업계가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2017년부터 10년간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농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조성된 상생기금은 목표액의 겨우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국회와 농민단체들의 약속 이행 요구에 떠밀려 찔끔찔끔 낸 것이 전부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면 기업 대표들을 국감장으로 불러내 기금 출연을 닦달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물론 기업들만 탓할 수는 없다. 상생기금이 출범한 첫해부터 기금 출연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겹치면서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다 기업은 자기들대로 한·중 FTA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중 수출액은 2015년 1370억달러에서 지난해 1330억달러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산업계 안팎에서는 얻은 이익도 없고, 트럼프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것도 죽을 맛인데 무슨 상생기금이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상생기금 제도의 실질적인 운용 주체인 산업당국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FTA로 인해 그나마 대중 수출이 현상 유지라도 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산업계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통상 협상에서 손해를 보는 산업은 농업임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되면 테이블에 내놓을 카드는 또 농축산물밖에 없다. 그런데도 주판알만 튕기며 상생기금을 외면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상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손익을 따지기보다는 포용 성장의 틀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름값을 하는 상생기금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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