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 일본은 노벨상, 한국은 푸대접 [원폭피해, 그후]

2024-10-26

최현호 기자 wti@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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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피폭자 10%는 한국인... 정부·지자체·국민 무관심에 ‘냉대’ 경기일보 보도 후 지원 늘었지만 미진, 日과 대조적… 추가 개선책 시급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대한 조명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강제징용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수많은 한국인에게도 비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25일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경기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에 이같이 토로했다.

앞서 지난 11일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 등 일본을 제외한 국가의 희생자들은 수상자에 해당되지 않았다.

한국 원폭피해자 2세인 박 회장은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축하할 일이지만, 한국 피폭자들의 이름은 오르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북한의 대립 상황에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핵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피해자부터 후손들까지 피해가 극심하다”며 “핵은 절대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국가 안정을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정 회장은 “일본은 전범국가로 원자폭탄을 직접 맞다 보니 국가와 국민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폭 피해자가 있는 것조차도 잘 모를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 국민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으니 협회에서 아무리 활동을 이어오더라도 성과가 없다.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푸대접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와 지자체의 원폭 피해자에 대한 무관심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지원 차이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은 원폭 피해자 건강수첩을 교부해 피해자 실태를 조사함과 동시에 건강 검진·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고 있다. 원폭 피해자 전문병원도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건강관리수당, 특별수당 등을 지급하고 장례지원 등 다방면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월 10만원의 진료보조비, 연 1회 건강검진 등이 사실상 전부다. 그나마 경기도는 경기일보 경기ON팀의 ‘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연속보도(2021년 3월1일자 외) 이후 원폭피해자 1세대에 월 7만원(지난해까지 5만원)의 생활지원 수당을, 1·2·3세대에 의료 및 휴양·문화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상자들의 원활한 참여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

경기도의료원에서 진료비, 종합검진비 50% 할인 등을 지원하는 의료지원 서비스 이용횟수는 지난 2022년 13건, 지난해 16건에 불과하다. 또 휴양·문화 지원을 이용한 사람은 지난 2년여간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도내 1·2·3세대 원폭 피해자가 900여명인 것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여기에 원폭 피해자 지원위원회 역시 열리지 않아 형식적인 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회장은 “조례까지 만들어 놓고도 올해 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원폭피해자협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바랐는데 이에 대해 깜깜무소식”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도에서 지원하는 의료원은 거리도 멀고 기본적인 진료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응급실과 큰 병원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 세계 10분의 1에 수준의 원폭 피해자가 한국인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은 저조, 전범국인 일본만이 노벨 평화상에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제로 동원돼 희생된 이들의 넋을 풀어줄 길은 오늘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원과 관심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더 많은 원폭 피해자들이 의료·휴양·문화 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피해자 단체와 사전협의 진행에 차질이 있어 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다음 달, 늦어도 올해 안에는 위원회를 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전문가들 “韓 원폭 피해자에 적극적 지원·관심 필요” [원폭피해,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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