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예술의 고향, 탁티바히 수도원

2025-11-16

파키스탄 동북부의 간다라는 기원전 326년 알렉산더의 원정 이후 동서 문화가 융합되는 헬레니즘 지역이 되었다. 500년 후 이곳을 통일한 쿠샨왕조는 그 전통 속에서 불교를 진흥시켜 독특한 그리스-불교 문화를 창조했다. 인체 모습을 한 최초의 불상이 탄생했고 수천 개의 스투파를 조성했다. 이들을 봉안한 수백 개의 불교 수도원이 세워지고 경영되었다.

유적이 최대로 밀집된 곳은 페샤와르 분지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만 26개소이며 10여 개의 수도원 중 탁티바히가 가장 크고 온전하다. 파슈토어로 ‘높은 곳의 샘물’이란 뜻으로 급경사지에 마치 요새와 같이 견고하게 터를 닦았다. 중심 능선에 주 영역이 자리했고 좌우 능선에도 부속 승방과 건물들이 산재해, 산 전체가 거대한 수도원을 이루었다.

주 수도원은 4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주탑원(主塔院)은 메인 스투파를 중심으로 12개의 작은 사당들이 3면을 감싼 구조다. 가장 낮은 단에 자리한 승원(僧院)은 15개의 개별 승방이 마당을 둘러싼 구성으로 간다라 승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탑원과 승원 사이 중간 단은 수십 개의 작은 스투파를 안치한 봉헌탑원(奉獻塔院)이다. 주탑원의 좌측, 후대에 증축한 축대의 하부는 명상용 지하동굴을 만든 명상원이다.

이 사원은 1세기에 창건해 5세기 훈족의 침략으로 파손되었고 8세기경 문 닫았다. 이곳에 봉안했던 수많은 스투파나 불상은 전 세계 박물관에 희귀한 컬렉션으로 흩어졌다. ‘간다라 불상’은 그리스인 의상과 용모의 초기 불상으로 탁티바히 출토품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불상들이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서 한국의 불상이 되었다. 간다라 스투파 역시 같은 루트로 한국의 석탑이 되었고, 간다라 수도원은 한국의 산사가 되었다. 개개인은 달라도 진리는 하나이듯, 각국의 불상과 가람은 모습이 달라도 본질은 하나다. ‘향기 나는 땅,’ 간다라는 모든 불교예술의 고향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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