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사칭 임플란트 할인 광고까지 ‘선 넘은’ 마케팅

최근 모 일간지 인터넷 홈페이지 배너 광고에 치협을 사칭한 임플란트 할인 광고가 게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치과의사협회 임플란트 가격 최저가 선언!’이라는 제목의 해당 광고를 접한 회원 및 시민들로부터 사실관계 확인 요청과 함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협은 해당 광고와는 무관하다. 임플란트 최저가를 선언한 적도 없고 이 같은 광고에 치협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적도 없다. 특히 치협은 광고를 노출한 마케팅 회사를 대상으로 형사 고발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해당 논란에 선을 그었다.

문제의 광고는 온라인 배너 광고 전문 미디어랩사인 A사를 통해 노출됐다. 미디어랩사는 광고주·광고대행사와 매체사의 중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사실상 온라인 광고 노출 영역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문제의 배너 광고를 노출한 A사는 온라인 광고업계에서도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곳이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능한 웹 광고 상품’을 홍보하고 있으며 80개 이상의 주요 언론사를 통해 보도기사 형식의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논란이 된 광고를 클릭하면 ‘투데이뉴스’라는 홈페이지에 실린 ‘비용, 통증, 부작용 걱정 그만,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치과에서 해결!’이라는 제목의 기사 페이지가 나온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실제 기사가 아닌 임플란트 할인을 목적으로 환자의 DB를 수집하는 광고이며 홈페이지 역시 실제 언론사가 아닌 광고를 위해 제작된 웹 페이지에 불과하다.

# 허위·과대 광고 환자·개원가 모두 피해

특히 치과계에서는 이를 불법·과장 의료광고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보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 치과 개원가를 대표하는 단체를 직접 인용할 정도로 의료광고 시장의 윤리적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을 접한 일산 지역 한 개원의는 “개원가에서 자정 노력하고 있지만, 불법 광고가 계속 판을 치고 있다. 법적으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치과계가 매일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이렇게 버젓이 치협의 이름을 가져다 허위로 쓰는 것 자체가 제도의 허점을 비웃는 태세다. 정부가 치과계의 목소리를 듣고 현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광고 관련 법적 가이드를 하루빨리 만들었으면 한다”고 성토했다.

실제 환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결국 의료의 질 하락은 물론 환자와 치과의사 간의 신뢰도를 현저히 낮추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해당 배너 광고를 접한 한 시민은 “진짜 기사가 아니라고 해도 큰 언론사 홈페이지에 ‘오늘의 핫이슈’라고 글이 소개돼 있으면 일반인들은 언론사에서 진짜로 게재한 기사로 받아들일 것 같다”며 “치협이 선언한 최저가라고 하니 믿고 상담을 받을 것 같다. 이런 광고는 진짜 임플란트가 필요한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명예훼손·사기 등 “법적 대응”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위법 여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치협이 마치 임플란트 최저가를 선언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홍보 글을 노출한 점과 이를 통해 치협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준 점을 고려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나아가 허위 광고와 관련 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치협은 이번 사건을 두고 심한 유감을 표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못을 박았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이번 사건은 광고회사가 치협을 사칭해 허위 광고를 제작하고, 이를 대중에게 유포한 사례다. 이로 인해 치협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으며, 다수의 소비자가 치협을 믿고 광고를 신뢰할 가능성도 높아 심각했던 상황”이라며 “이는 소비자를 기망하고 치협의 명예를 훼손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치협은 강력한 법적 조치로서, 형사 고발을 통해 광고회사 측에 사기, 명예훼손, 그리고 업무방해 혐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원들께서는 이러한 광고가 치협의 공식적인 입장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 주기 바란다. 또 치협은 허위 광고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문제의 광고를 노출한 A사 관계자에게 치협 관련 내용이 광고 타이틀로 나가게 된 경위를 묻자 “제휴팀 직원이 임의로 노출 테스트를 하는 건데 그걸 체크 못한 부분이 있고 그에 대해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꼼꼼하게 체크해서 이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