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韓, 노인연령 상한 논의 본격화하나

2024-12-25

12·3 비상계엄사태로 ‘인구부 출범’ 안갯속

연금개혁·정년연장 논의도 ‘올스톱’

우리나라가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기준 연령 상한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인구·사회 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는 ‘12·3 계엄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여파로 출범이 내년 후반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 해소를 위한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등 논의도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 본격화?

25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23일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24만45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다.

올해 7월 노인 인구 10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연말에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에 도달한 것이다. 유엔이 고령사회를 정의할 때는 쓰는 노인 기준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우리나라 노인 기준 65세와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노인 기준 연령이지만, 평균수명 연장 등에 맞춰 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도 10여년 전부터 나왔다.

2016년 정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 기준 연령 상향 방안을 담았고, 2019년 보건복지부가 70세로의 단계적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10월에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굉장히 잘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면서 노인 연령 상향 논의가 구체화됐다.

노인 연령 상향 필요성은 기대여명 증가와 사회적 인식 변화를 근거로 한다. 실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이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1.6세로 나타났다. 노인인구 급증으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연금·돌봄 등 복지 수요 증가를 완충할 필요성도 노인 연령 상향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상황에서 복지 혜택 대상이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등의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어 노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을 갑자기 시행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3 비상계엄 여파, 인구부 출범 ‘안갯속’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 총괄부처인 인구부 출범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여야간 갈등이 극심하고, 정부조직 개편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계엄 사태 여파로 수장 공백이 생겨 당초 계획한 내년 상반기 출범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올해 7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전담 부처로 인구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은 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하고 인구부 장관 소관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조직법은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각각 상정됐지만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국회 논의가 멈춰섰다.

특히 법안 의결을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수인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여당과 야당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 앞날이 불투명하다.

관련법 통과 이후에야 하부 조직 설계 등 세부 절차가 시작된다는 점에선, 연내 법안 통과를 상정한 내년 상반기 인구부 출범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초고령사회 진입 후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논의도 뒷걸음질 치게 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로, 2033년엔 65세로 올라간다. 장기적으로는 초고령사회에 안정적인 연금 수급을 위해 기금 소진을 막을 연금개혁이 시급하다. 아울러 60세인 법정 정년은 노인 연령보다 5년 빠르고 연금 수급 연령보다도 빠르다. 정년 이후 고령자의 계속고용 해법도 시급하게 찾아야하는 과제지만 언제 논의가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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