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사진과 현재 대조
지뢰 매설 제1후보지 ‘옛 도로’ 판별
농토 등 용도 바뀐 곳에서 집중 탐색
1998년 이후 2만명 지뢰 사고 사망

미국 정찰위성이 50여년 전 찍은 옛 사진이 지뢰 사고 위협에 시달리는 현재 캄보디아 주민을 지킬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지뢰 매설 제1후보지인 도로가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용도가 바뀐 땅을 골라내 지뢰 탐색과 제거를 집중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냉전 시기에 위성으로 촬영된 캄보디아 지표면 사진이 현지에서 버려진 지뢰를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은 미국 국가정찰국(NRO)이 1970~1980년대 가동한 ‘헥사곤’이라는 위성 군집 시스템으로 촬영한 것이다. 헥사곤은 위성 약 20기를 지구 궤도에 올려 구소련 등 당시 미국 국가안보에 연관된 국가 지표면을 정찰 목적으로 찍기 위해 운영됐다.
캄보디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공산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군사 충돌을 벌였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도 헥사곤 촬영 대상이었다. 해당 사진은 2011년 기밀에서 해제됐다. 사진 전체 규모는 수천장에 이른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뢰 제거를 위한 비정부기구인 ‘헤일로 트러스트’는 이 사진에 주목했다. 1970~1980년대 헥사곤이 촬영한 위성 사진에 등장한 ‘도로’를 현재 지형과 비교하기로 한 것이다. 도로는 첫 번째 지뢰 매설 후보지다. 지뢰의 공격 목표인 사람과 차량이 지나기 때문이다. 헥사곤이 촬영할 때에는 도로였지만, 지금은 농토 등으로 용도가 바뀐 땅을 찾아 집중적인 지뢰 탐지를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낸 것이다.
국제사회는 캄보디아 전역에 지뢰가 약 500만개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체계적 정리 없이 묻혔기 때문에 정확한 매설 지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1998년 이후 캄보디아에서는 지뢰 사고 때문에 약 2만명이 사망하고, 약 4만5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일로 트러스트는 헥사곤이 찍은 사진이 최근 기계화된 장비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캄보디아 농촌 상황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뢰는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로 구분되는데, 대전차지뢰는 사람 무게로는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트랙터 같은 육중한 장비가 접근한다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그냥 농토 안에 묻혀 있던 대전차지뢰가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대전차지뢰는 대인지뢰보다 폭발력이 훨씬 크게 때문에 대형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사고 가능성에 헥사곤 촬영 사진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헤일로 트러스트는 “헥사곤이 찍은 사진을 현대 지도와 일일이 비교한 다음 현지 조사를 해야 한다”며 “위험도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지뢰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