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악화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반영해 회원국 내 각 가정에 '비상시 3일치 식량을 비축할 것'을 권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위원회가 26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을 위한 '30단계 위기 대비 및 완화 계획'에서 유럽이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현재 상황은 유럽에서 새로운 수준의 대비 태세를 요구한다"며 "우리 시민들, 회원국들, 그리고 기업들은 위기를 예방하고 재난이 닥쳤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의 이번 계획은 구체적인 조치와 비입법적 제안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한 일부 국가들을 위해 핀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에서 오랫동안 시행해온 정책을 참고해 만들었다.
집행위원회는 '필수 물자의 최소 72시간 분량 확보' 같은 실질적인 조치 권고 외에도 국경을 초월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EU 위기 허브' 설립을 제안했다. 전쟁이나 재난 발생 시 의료, 상수도, 통신 등 서비스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중요 장비 및 자재'를 비축할 것도 촉구했다.
이번 계획은 유럽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가 향후 3~5년 내에 EU 회원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가운데 나왔다. 여기에 이상 기후에 따른 자연 재해, 금융 위기와 같은 사회적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도 반영됐다. 앞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이 냉전 종식 이후 안전을 당연시한 결과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외부 안보 문제와 하이브리드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유럽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위기의 결과를 처리하는 것보다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늘 낫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유럽의 위기 대응 능력 부족을 극명하게 드러낸 코로나19,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등이 겹치면서 유럽 내에서는 국방 및 안보 지출을 늘려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