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개표가 부정선거 논란 잠재운다

2025-01-14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배경으로 선거 시스템 문제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담화에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어떻게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에 부정선거 규명 주장과 부정선거 음모론이 동시에 제기됐다.

부정 선거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20년 4·15 총선 이후다. 당시 일부 지역에서 투표자가 유권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오는 등 이상한 점이 속출했다. 그런 의혹도 검증이 안 됐지만, 필자가 직접 취재한 현상도 있다.

필자는 4·15 총선이 끝난 직후 개표 참관인들에게 제보를 받았다. 충남 부여개표소에서 일했던 제보자는 “(부여군)옥산면 사전선거 투표지 415장을 투표지 분류기로 집계한 결과 1·2번 후보 표가 섞이는 현상이 목격됐다”고 했다. 선관위가 해당 투표지를 분류기로 다시 집계했더니 후보별 득표수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먼저 집계한 개표 상황표를 찢는 모습도 포착됐다. 기계의 신뢰성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분류기는 노트북 컴퓨터와 한 몸으로, 초당 5.66장을 처리했다. 또 내장된 프린터로 개표상황표까지 출력할 수 있다.

필자는 재검표 현장도 참관했다. 2020년 총선 뒤 전국 120여 곳에서 선거 무효 소송이 제기됐지만, 재검표가 진행된 것은 5곳 정도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2021년 10월 29일과 11월 12일 수원지법(오산선거구)과 고양지원(파주을)에서 열린 재검표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양 지역구 검증과정에서 지폐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또 모양이 다르거나 투표관리관 도장이 찍히지 않은 투표지도 여러 장 발견됐다. 이른바 ‘배춧잎 투표지’와 ‘화살표 투표지’도 나왔다. 배춧잎 투표지는 지역구 투표지 하단 부분이 비례대표 투표지(연두색) 기표란이 중첩돼 인쇄된 것을 말한다. 화살표 투표지는 투표지 상단에 붉은색 화살표가 코팅된 것처럼 인쇄된 상태였다.

취재 결과 필자의 판단은 단순해야 할 투·개표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복잡한 절차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렇게 된 핵심 원인은 투표지 분류기 사용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가 장착된 분류기를 사용하다 보니 조작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기계(분류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정한 투·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국회가 보여줬다. 국회는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 투표지를 사람이 집계하고 즉석에서 발표했다. 전 국민 대상 투표는 인원이 많아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많이 투입하면 해결될 문제다. 개표가 몇 시간 늦어지는 게 부정선거 시비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보다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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