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산 삭감 및 연구 프로그램 축소 등에 불안을 느낀 미국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 내 여러 연구자 및 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내 연구기관 소속 다양한 직급의 연구원들로부터 이직 의사를 전달받았다.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 보조금 동결, 연방 기관 전반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생명·보건 연구비 삭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금지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주요 과학자들과 연구 관리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투명성이 부족하고 법적 문제를 안고 있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젊은 연구자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은 앞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국을 떠나려는 연구원들이 증가하면서 유럽 내 연구기관들은 예상치 못한 인재 영입 기회를 맞이했다.
프랑스 필립 밥티스트 고등교육연구부 장관은 주요 연구 기관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 있는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우선 분야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밥티스트 장관은 서한에서 "이미 많은 저명한 연구자들이 미국에서의 미래에 의문을 갖고 있다"라며 "우리는 당연히 그 중 일정 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고 밝혔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엑스-마르세유 대학교는 기후변화 연구 예산 삭감에 위협을 받는 미국 내 과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버러 프렌티스 부총장은 연구기관들이 원하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며 "확실히 조직화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프렌티스 부총장은 영국 주요 과학 연구기관들이 "인재들의 잠재적인 대서양 횡단 이동을 레이더에 포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과학협회(AAAS)의 조앤 파드론 카니 공보 책임자는 중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미국 연구원들을 자국 대학과 연구소, 산업계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번 기회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리아 렙틴 유럽연구이사회(ERC) 회장은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독립적인 연구자 중심의 연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의 동료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독립적인 과학 연구가 위협받는다면 유럽의 연구 공동체와 그 자금 지원자들이 국적과 관계없이 환영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