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예종-노동부 진실공방에···체불임금 소송 준비하는 경비노동자

2025-10-13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경비노동자들이 “휴일근무 수당 등을 체불당했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노동청은 ‘한예종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지만, 한예종 측은 “과거 노동청 행정지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체불임금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두 기관의 진실 공방에 노동자들은 결국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모씨(65)는 2021년 5월 서울 성북구 한예종 경비노동자(공무직근로자)로 취업했다. 이씨는 고용되면서 자신이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라고 안내받았다. 현행 노동법상 주로 경비원이나 시설관리원 등 휴게·대기시간이 많은 직종에 적용되는 감단직은 다른 노동자와 달리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수당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시간 기준 등에도 예외가 많아 악용 등 우려로 고용노동부 허가 없이는 감단직 채용이 불가하다.

이씨는 학교에 주휴수당 등을 받지 못하는 이유 등을 물을 때마다 “감단직이라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7월 퇴직하면서 서울지방노동청 북부지청에 진정을 넣어 자신이 감단직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노동청은 이씨가 ‘감단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동청이 이씨 진정을 조사하며 한예종이 감단직 고용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용역업체에 경비를 맡겨온 한예종은 2018년 경비노동자들을 문체부 공무직근로자로 전환하며 직고용해 고용을 승계했다. 그런데 승계과정에서 고용 주체가 된 한예종은 감단직 고용 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노동청은 이씨의 사건을 두고 “감단직 처우로 지급받지 못한 수당을 한예종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예종의) 고의성은 없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노동청 판단으로 2018년 이후 이씨 등 한예종 경비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휴일근로수당 등은 ‘체불 임금’이 된 셈이다.

한예종은 이런 노동부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씨에게 체불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예종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고용 승계 당시 근로감독관이 유선으로 ‘감단직 고용도 포괄 승계돼 별도 허가가 필요없다’고 했다”며 당시 노동청 행정지도를 따른 것뿐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한예종 측은 당시 관련 서류도 작성해 기관장 직인까지 날인했지만, 노동청 행정지도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청은 한예종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지방노동청 북부지청 관계자는 “관례 등에 비춰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며 “담당 감독관도 유선 안내한 기억은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면으로 안내할 사안이며 통화로 말할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은 결국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씨를 포함한 한예종 노동자 17명은 구체적인 체불임금 총액을 산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략 1인당 2000만~3000만원 정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산정을 마치는 대로 노동부에 다시 진정하고,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면 한예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씨는 “두 기관이 다투기보다 체불임금 문제부터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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