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를 찾아서: 세 번째 홍매화의 주인은?

2024-09-27

9월23일 오후 1시 59분. 명태균 씨의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칠흑같은 어둠 속, 후레시를 켜고 열심히 삽질 중인 두 사람.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의원이다. 명태균 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두 사람이 땅을 파기 시작한 시각과 정확한 GPS 정보가 적혀있다. 2024년 3월1일 새벽 4시3분,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1604-4.

그런데 잠시, 시간이 이상하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기 3일 전, 이준석 의원이 SNS에 공유한 그날의 일정을 보자.

'3월 29일 일정을 마치고 밤에 이동해 다음날 새벽 1시경에 칠불사 도착, 차를 마시고 대화 후 새벽 4시에 칠불사를 출발해서 서울로 귀환'

이준석 의원의 말대로라면, 삽질을 시작한 시각에 이미 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 중이어야 한다. 김영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며 당당하던 이준석 의원도 식수 일정만큼은 숨기고 싶었던 걸까. 두 사람이 새벽 네 시에 매화나무를 심은 이유는 뭘까? 또 명태균은 왜 이 사진을 올렸을까?

여러모로 궁금증이 커지는 밤. 이준석이 밝힌 그날의 일정에 맞춰 칠불사로 향했다.

이번 취재의 목표는 하나. 칠불사로 가서 두 젊은 정치인이 심은 홍매화를 찾는 거다.

사진 올린 지, 12시간만에 현장 도착

22:00

서울에서 칠불사까지 소요 시간은 네 시간, 예상 도착 시간은 새벽 2시다.

매화나무 아래 뭐가 있을 거라는 불온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있으면 더 조코). 정치인 두 명을 당선시킨 영험한 매화나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

매화나무를 찾으러 가는 길에 용산을 지나치는 건 꽤 찜찜한 일이었지만, 복숭아 나뭇가지를 흔들어 불안함을 저 멀리 날려 보낸다.

23:20

바스락바스락.

언젠가부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죽돌 편집장.

"무슨 일이에요?"

"이준석도 화장실 한 번 들리지 않았을까?"

장거리 운전자의 고단함을 배려한 죽돌의 사심 채우기.

자정을 넘겨 전남에 진입했다.

영호남 화합의 장, 화개장터를 지나

산길을 달리고 달려,

칠불사 표지판 발견.

칠불사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영 문구에 흥분한 카메라 감독님.

01:50

명태균이 가리킨 주소에 도착한 4인. 풀벌레 울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적막한 시간대다.

저 멀리 불 하나가 켜져 있다.

조용히 GPS를 키고

걸리면 jot된다는 심정으로 은밀하게(사실 새벽에 절에 출입해도 된다. 하지만 왠지 은밀하게 해야할 것 같다)

먹이를 찾아 숲에서 내려온 멧돼지마냥 두리번두리번.

"(속삭)오..오?! 이즈음인 것 같은데?"

이미 파헤쳐져 있다

사진 속 매화나무와 비슷한 형상의 나무 발견.

나무 아래 절반은 이미 파헤쳐진 상태다. 낙엽으로 덮힌 나머지 부분과 달리 한 쪽은 이미 촉촉한 속흙이 나와 있다.

다시 한번 위치 체크.

이준석 뒤로 보이는 나무와 그 아래 바위 두 개.

여기가 맞다.

명태균이 사진을 올리고 12시간만에 도착했다. 땅의 상태를 봐서 파헤쳐진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올라오기 전에 파헤쳐져 있었는지, 사진이 올라오고나서 파헤쳐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흙의 상태를 보아 누군가 이곳을 파헤친 게 최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심스레 손을 넣어 만져보니 깨진 기왓장이 하나 나왔다(참고로 절에선 깨진 기왓장을 버리는 곳이 따로 있다).

마음 같아서 매화나무 밑을 파보고 싶었지만 주지 스님의 허락이 필요하다. 경내에 매화나무를 심기 위해선 주지 스님의 허락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준석 의원은 "4시 출발" 주장이 무너지자 명태균과 주지스님의 부탁으로 식수를 심었다고 했다. 당시 어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인 두 명이 새벽에 식수를 심어달라고 하자 피곤을 무릅쓰고 새벽에 손수 삽을 쥐고 매화를 심었다...

너무나 타당한 주장이라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를 부탁했다 말한 것으로 알려진 도응스님(칠불사 주지)을 만나 물어봐야겠다.

하루 더 머무르자.

아무도 모른다

02:45

첫날, 사전답사 일정 마무리.

10:00

날이 밝자마자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전날 밤과 또 다른 분위기. 세차게 뻗은 나무가 줄지어 선 가로수길에서 범상치 않은 곳임을 느낀다. 선거를 전후로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이유가 있다.

10:20 칠불사 찻집 보살님과 만남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여기 이준석, 천하람 의원이 왔다 갔다고 하던데..."

"저는 몰라요."

"아 그래요?"

"어디에서 오셨다구요? 저는 여기 찻집 보살이라 잘 몰라요."

"정치인들이 자주 오나요?"

"아니, 나는 찻집에 안 들어오시면 몰라요. 그리고 여기 절에는 테레비도 없고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요."

"혹시 보살님은 얼마나 계셨어요?"

"저는 3월 9일에 들어와서 몰라요."

(이준석 의원의 방문이 3월9일 이전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신 듯하다)

"그러시구나, 우리 뭐 한 잔 마시고 갈까?"

"여기 메뉴판 보세요. 안에 들어오시면 여러 가지 많아요."

찻집 입구에 놓인 익숙한 신발.

사진 속 신발의 주인공은 사찰 관계자로 추정된다. 계절에 따라 털의 부착 여부가 달라지는 듯하다.

11:00 종무소 앞

"안녕하세요, 여기 이준석, 천하람이 왔다고 하던데 거기 식수가 어디 있나요? 구경하고 싶은데."

"저는 몰라요."

"매화나무라던데."

"이렇게 넓은데 우리도 어디가 어딘지 몰라."

"여기 정치인들이 많이 오세요?"

"몰라요~ 그냥 도량 구경만 하고 가십시오."

"에이~ 조심하라는 얘기가 나오셨구나."

"아뇨, 원래 그래요. 누가 진짜 옆에 지나가도 저분이 누군지 몰라요."

"아까 스님이 차 타고 내려가시더라고요, 저어기서."

"OO 스님인가보다."

"아~ 휴가 가셨어?"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스님의 휴가 일정은 꿰뚫고 계셨다)

11:17

어젯밤 현장 재방문.

두 그루가 나란히 심겼다. 오른쪽 나무 아래서 쪼개진 기왓장이 나왔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저 부분은 처음부터 낙엽이 걷어져 있었고, 한 번 뒤집어진 듯 흙이 부들부들 날렸다.

천하람이 심고 있던 매화나무는 두 그루 중에서 이 왼쪽 나무다.

11:25 칠불사 목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뭔가요?"

"혹시 이준석 의원이랑 천하람 의원이 와서 심은 매화나무가 저거 맞나요?"

"모르겠습니다. 종무소에 한번 물어보세요."

"아, 그럼 혹시 주지 스님 뵈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도 이거 온 지 오래 안 돼가지고..."

"아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칠불사에서 만난 네 명의 보살님들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른다". 마치 함구령이 내려진 것처럼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주지 스님의 거취를 묻기 위해 방문한 종무소에서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스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뉴스 보고 왔는데, 식수를 일반 사람들도 심을 수가 있나요?"

"누구한테 허락을 받았으니까 심었겠죠?"

"아~ 그러면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저 같은 일반인이 심으려면..."

"절이야 주지죠."

"혹시 스님도 이준석, 천하람 의원 보셨나요?"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도 뉴스로 알았습니다."

12:30 칠불사 근처 식당 주인

"사장님, 여기 칠불사에 정치인들이 자주 옵니까?"

"옛날에 그 뭐냐, 홍준표 도지사 할 때 몇 번 왔었죠."

"이준석 의원도 최근에 왔다던데..."

"그러게 말이야. 이준석이는 우째 알았을꼬, 칠불사를? 하긴, 칠불사가 기도도량이거든요.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 같고. 좋게 생각하십시오."

13:05 주지 스님 전화 연결 시도

"주지 스님은 좋은 사람이라, 칠불사에 가면 만나줄 거야."

우연히 마주친 동네 주민은 이렇게 말하며 주지 스님의 전화번호를 흔쾌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와 문자에도 답장은 받을 수 없었다. 이후 주지 스님의 번호를 아는 동종업계 사람에게 확인해 보았더니, 번호는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제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꾸벅)

'1/100의 진실'

정치권에서 볼드모트가 되어가는 명태균. 자기를 모른다고 말하는 정치인에게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걸까. 현재, 그는 자신이 밝힌 내용의 진실은 1/100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추신:

두 그루의 매화나무에서 몇 발짝...

사실, 매화나무는 세 그루였다.

취재: 죽지않는돌고래, 금성무스케잌

영상: 조진섭

정리: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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