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가 농산물을 출하할 때 이용하는 운송용역에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된다. 법이 개정되면 농가의 운송비 부담이 낮아지고 현장에 만연한 무자료 운송 거래도 줄어들어 농산물 운송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최근 이런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2026년 12월31일까지 농림어업 생산물의 출하를 위한 운송용역을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현재 농업용 기계·비료·농약·사료 등에는 영세율이 적용돼 농민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농가의 영농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농기자재에는 구매가격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를 사후 환급해주는 제도가 적용되기도 한다.
반면 농산물의 산지 운송용역은 현행법상 과세 대상이다. 이에 영세한 농민들은 용역 공급대가에 붙는 10%의 부가가치세를 절감하고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운송사업자와 거래하는 것보다 무자료 거래를 선호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준수하는 농민들이 더 많은 운송비 부담을 져야 하는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농가들이 정식 계약 체결 없이 운송용역을 이용하다보니 운송 과정에서 농산물 손상 등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자료 운송업자 대부분은 운송보험에도 들지 않는다.
이처럼 산지에 만연한 무자료 거래는 농업 물류정책 수립·운용에 필요한 농산물 운송규모 등 데이터 수집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법이 개정돼 농가의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지면 농가소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농산물 물류지원금 정책이 축소되면서 현장에선 직접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통비용 절감과 농림어업 종사자의 실질적 소득 증진은 물론, 관련 통계가 수집되면서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농산물 유통 고도화’ ‘농산물 유통 혁신’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자료 거래를 선호하는 영세 운송업자가 아닌 첨단 설비와 운송 노하우를 갖춘 전문 운송업체의 농산물 운송시장 진입이 원활해져 국민에게 신선한 농산물이 공급되는 등 운송 품질 향상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산지 운송용역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은 농협중앙회가 올초 발표한 ‘2024 농업·농촌 숙원사항’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이번과 비슷한 법안은 21대 국회 등에서도 발의된 바 있지만 당시 논의는 충분히 진척되지 못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