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잡은 그 골, 인생 최고의 골

2024-09-16

파리 8강 못갔지만

모든걸 쏟아부었기에

미련은 남지 않아

LA도? NO!

MVP·우승

이적 후 목표 다 이뤄

늘 제몫했던 선수로

기억되면 충분해요

여자핸드볼 강경민(28·SK슈가글라이더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핸드볼을 시작했다. 15년 이상 핸드볼 선수로 살면서 그가 넣은 골은 얼마나 될까. 일단 그는 2015~2016시즌 핸드볼 코리아리그(현 H리그)에 데뷔한 이래 지난 시즌까지 총 1035득점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시절과 국가대표 경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다. 정확한 득점 기록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핸드볼 인생 ‘최고의 골’이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강경민은 “파리 올림픽 독일전 종료 직전에 넣은 골이 제 인생 최고의 골”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지난 7월25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핸드볼 A조 1차전에서 독일을 23-22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키 165㎝ 단신인 강경민은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독일 수비진을 뚫어내며 류은희, 우빛나 등과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둔 22-21에선 극적인 중거리 쐐기 골을 터트렸다. 득점 직후 승리를 직감한 강경민은 벅찬 표정을 지으며 포효했다.

득점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린 강경민은 “시간상 마지막 공격이었다. 이걸 넣지 못하고 공격권을 넘겨주면 비길 수도 있었다”며 “상대가 (류)은희 언니를 집중적으로 경계하고 있어서 과감하게 때렸는데 들어갔다. ‘이겼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돌아봤다. 독일전 승리 후 강경민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마치 메달이라도 딴 듯 강강술래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여자핸드볼 변방으로 밀려난 한국이 독일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선수들도 확신하지 못했다.강경민은 “그동안 전지훈련에서 연습한 효과가 실전에서 나타날지 긴가민가했다”며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우리가 해냈다’는 생각에 다 함께 기뻐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후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 내리 패해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파리로 떠났던 강경민은 “여기까지가 현재 우리의 최선인 것 같다고 느꼈다. 여러 가지로 유럽 나라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후회를 남기진 않은 듯했다. 그는 “처음 대표팀 주전으로 뛰면서 유럽 나라를 상대로 이겨봤다”며 “제 능력 안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미련이 남진 않는다”고 했다.

■화려한 커리어, 소박한 바람

사실 마지막 올림픽이라기엔 강경민은 아직 젊다. 4년 뒤 LA 올림픽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강경민은 과거부터 “짧고 굵게” 선수 생활을 하겠다고 이야기 해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진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LA 올림픽은 그의 머릿속에 없다. 강경민은 앞서 광주도시공사 시절이던 2017~2018시즌 종료 후 은퇴를 마음먹고 팀을 떠난 적이 있다. 1년 가까운 공백 기간엔 고향 인천에서 수영 강사로 일했다. 강경민은 “부상과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운동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오세일 광주도시공사 감독의 설득 끝에 코트로 복귀한 그는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운동에 임했다. 강경민은 “어렸을 때는 주도적으로 운동을 했다기보다 언니들을 따라 하거나 시키는 운동을 했다”며 “복귀한 후론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이뤄보자는 생각으로 운동에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은 복귀 시즌인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에도 MVP를 거머쥐며 사실상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강경민은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현 소속팀인 SK 슈가글라이더즈로 이적했고, 첫해 바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챔피언결정전 MVP도 강경민의 몫이었다. 그는 “우승을 해보고 싶어서 이적을 결정했는데, 첫해 목표를 이뤘다”며 “코트로 복귀하면서 세운 목표는 다 이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강경민이 앞서 언급한 “짧고 굵은” 선수 생활의 끝은 30세를 의미했다. 지금은 쓰지 않지만 한국식 세는 나이로 그는 내년에 서른 살이 된다. 강경민은 “만약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거라면 빨리 부딪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운동만 한다고 아르바이트조차 안 해 봤는데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 생활의 끝은 아직 알 수 없다. 당장은 오는 11월 개막하는 리그 준비가 먼저다. 다가오는 시즌에 개인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강경민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예상보다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늘 제 몫을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시면 충분하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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