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땐 투자자, 철수 땐 수탈자 얼굴...MBK 홈플러스 사태가 전형"

2025-04-08

“외투, 한국 경제성장의 한 축은 분명... ‘먹튀’는 막아야”

"외투기업·투기자본 규제 위한 현실적 법안 절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외국인투자기업·투기자본 행태 고발과 제도 개선 촉구 현장증언대회'가 열렸다. 외투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 상당수에서 무책임한 철수나 매각 등의 행각은 물론 일방적 구조조정, 노조 탄압 등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제도 개선과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이날 증언대회는 신장식, 이용우, 허성무, 정혜경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외투기업과 투기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연이은 규제 완화와 각종 혜택 제공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는 급증했으며, 허술해진 규제는 투지가본이 활개칠 수 있도록 조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면서 "중소규모 부품사에서 완성차 업체까지, 도소매 유통업에서 금융업까지 외투기업과 투기자본의 행태는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각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 지역 활성화 등 명목으로 앞다퉈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선 결과, 2019년 기준 외투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10.8%, 수출의 18.6%, 고용의 5.6%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먹튀를 규제하고 전횡을 제어하기 위한 조치들이 절실하다"고 증언대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외국 투자 자본은 2021년 이후 최대 금액을 갱신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법률 체계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에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업 수행이나 철수에 관련해 외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신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외투 기업들을 국내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면서도 "이미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기업과 별도로 외투 기업만을 대상으로 규제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법률 체계에서 외투 자본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분명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고, 앞으로도 적절히 관리된다면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태를 예로 들며 "구미시로부터 50년간 토지 무상 임대와 각종 세제 해택을 받고, 18년간 6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기업이 화재 이후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지엠, 홈플러스 등 수많은 외투기업과 투기자본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모두 취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이른바 '먹튀'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1971년부터 2021년까지 51년간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투기업 중 2만3636개가 사라졌다. 연평균 463개 기업이 철수하고, 투자액으로는 961억달러가 사라지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더 큰 문제는 그간 정부와 지자체들은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에만 몰두했을 뿐,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허성무 의원 역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동자의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무책임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거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고도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한때 우리는 외국인 투자가 일자리, 기술, 자본을 유입시키며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투자라는 이름 아래 모든 위험을 감추고, 이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비난과 침묵을 강요당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 단기 이익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 핵심 기술만 확보한 뒤 철수하는 기술먹튀, 노동자의 고용불안, 지역경제와 협력 생태계의 붕괴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현실을 되짚었다.

정 의원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신청 사건을 들며 "투기자본은 시장에 진입할 때는 투자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철수할 때는 수탈자의 본색을 숨기지 않는다. 손실을 우리 사회로 떠넘길 것을 애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온 정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기술협력과 개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비롯해 국내 공급망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등 유의미성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먹튀로 대표되는 외투기업들의 전횡과 무책임에 대한 사회적 고발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양 위원장은 "외투기업들은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공하는 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그에 걸맞는 책임은 나몰라라 했다"면서 "허술한 법제도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넘어 우리 노동 현장을 일반 외투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오로지 더 큰 이익만을 좇아 일방적인 폐업, 물량 축소와 이전 등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상황이 더 이상 묵과되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발제자로 나선 경북대학교 나원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문제점과 규제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나 교수는 "한국은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충분히 개방적이며 투자형태에 제한을 두는 일도 없다"며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 정책의 문제점으로 ▲거시적인 수준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외자 유치에 목매던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 ▲산업정책이나 지역균형발전의 전체적인 밑그림이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 유치에만 몰두하다보니 체계적인 규제 노력은 소홀한 점 ▲지역 고용 창출이 외국인 투자 유치의 목표라고 천명하면서도 막상 먹튀에 따른 집단 실직 등 문제는 방치하는 점 등을 들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 이전 없이도 해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기에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차이가 있다고 나 교수는 강조했다.

규제의 목적으로는 공급망 관리와 경제 안보를 꼽았다. 자국의 안보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 첨단산업 등에서의 기술유출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금융화를 주도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 투자와 자본 철수를 반복해 지역 경제를 붕괴시키는 주범으로는 사모펀드를 짚었다. 단기수익률만을 추구, 사업체의 인수와 매각으로 이윤을 실현하는 사업 패턴으로 투자유치국이 제공하는 특혜를 누리고 자신의 결정대로 일방적 철수를 반복한다는 것.

나 교수는 "외투기업 철수는 지역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흡사 사모펀드는 곳곳에 노동의 무덤을 남기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흡혈귀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제 적용 배제 조항의 전반적인 개정 ▲OECD 다국적기업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국내 연락사무소(NCP) 개혁 ▲규제의 체계화와 고용 영향에 대한 명시적 고려 ▲외국인투자위원회 개혁 ▲근로기준법 개정 ▲이사의 주의 의무 신설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한 해법 모색 ▲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플로랑주법의 도입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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