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무더기 구금된 한국인 300명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8일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환영하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잘됐다고 표현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구금됐던 우리 국민이 구금 사흘 만에 300여분 모두 긴급 전세기를 타고 가족 품에 돌아오게 됐다”며 “남은 행정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돼 신속·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기 원내대표도 “행정절차가 완료되면 전세기를 투입해서 안전하게 모실 것”이라며 “해외 어디서도 우리 국민이 당당하게 보호받도록 책임지는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우리 국민이 사흘 만에 석방된 건 이재명 대통령의 총력 대응 지시 때문이란 점도 내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다행히 정부와 기업, 경제단체가 협력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했고,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의 신속 해결 대응 지시 24시간 만에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이 대통령 대응을 치켜세웠다.
이번 일을 윤석열 정부와 연결짓는 발언도 나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문제 해결을 하려는 이재명 정부에 잘못을 떠넘기고 정쟁화한다”며 “취업 비자 할당 문제는 윤석열 정권에서 진작 해결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협상이 진행 중이던 전날까지만 해도 “엄중하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히며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하지만 무사 귀환으로 가닥이 잡히자 정부의 공을 강조하고 구금 자체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반면 야당에선 “구금된 근로자를 귀국 조치한 게 성과냐”는 냉소가 흘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우리 근로자 석방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돼 모든 근로자가 하루빨리 아무 불이익 없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도 “미국에 구금된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귀국 조치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필요 최소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앞으로 있을 대미 투자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자유 진영의 선봉장 미국이 대한민국을 손절하려 한다”며 “한국인 체포는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공산 국가 중국과 손깍지를 끼는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이자 강력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이재명 대통령께 직접 묻겠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7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도 왜 합의서 한 장 못 받았느냐”고 따졌다.
장 대표는 이날 예정된 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일을 고리로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당 일각에서도 미 당국의 조치에 대한 유감 표시가 나왔다. 김병주 의원은 오전 회의에서 “미 통상 협업 일환으로 일하러 간 우리 국민을 구금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도 “수십조원을 투자하고도 미 공권력에 의해 쇠사슬과 밧줄 등으로 단속·체포돼 끌려가는 모습은 우리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애초 투자 협상 시 레버리지로 신속 비자 발급 절차를 협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한국 기업이 관광·단기출장 등을 위한 전자여행허가(ESTA)를 단기 취업 비자처럼 활용하는 것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단속이 강화돼 왔는데, 대미 투자를 늘리는 협상 과정에서 이를 미리 해결했어야 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