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4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매킬로이에 앞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골퍼는 1935년 진 사라센, 1953년 벤 호건, 1965년 게리 플레이어, 1966년 잭 니클라우스, 2000년 타이거 우즈 등 5명이 있었다.
그런데 16일 야후스포츠 보도를 보면 이들에 앞서 그랜드슬램을 이룬 골프 선수가 있었다. ‘골프의 성인’으로 추앙받은 보비 존스다.
존스는 28세이던 1930년 한 해 동안 당시 4대 메이저 대회이던 영국·미국의 오픈과 아마추어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5월 디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디 오픈(6월), US 오픈(7월), 그리고 US 아마추어(9월)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당시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도 없던 시절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그랜드슬램 달성 얼마 뒤 은퇴한 존스가 1933년 만들었다. 그리고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라는 이름으로 첫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렸다. 마스터스가 출범하면서 US오픈, 디 오픈, PGA챔피언십 등 남자 골프 4대 메이저 대회가 자리를 잡았다.
매킬로이가 6번 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하는 것은 마스터스 출범 이후 현대 골프에 들어서부터 계산한 것이다. 존스는 한 해 동안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성공했지만 현대 골프에서 이를 이룬 선수는 없다. 사라센부터 매킬로이까지 선수 생활 동안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만 이뤘다.
우즈가 1999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US오픈-브리티시오픈을 연속으로 우승하는 이른바 ‘타이거 슬램’을 이룬 것이 캘린더 그랜드슬램과 가장 가까웠다.
여자 골프 선수들 가운데는 루이스 석스, 미키 라이트, 팻 브래들리, 줄리 잉스터, 캐리 웹, 아니카 소렌스탐에 이어 박인비가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2016년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여자 골프에서도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나온 적이 없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으로 부르는 테니스에서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이 나온 적이 있다.
남자 선수로는 1938년의 돈 버지, 1962년과 1969년의 로드 레이버 등 2명이 있었다. 여자 선수는 1953년 모린 코널리, 1970년 마거릿 코트, 1988년 슈테피 그라프 등 3명이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라프는 1988서울올림픽까지 제패함으로써 전무후무한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앤드리 애거시, 라파엘 나달, 서리나 윌리엄스는 여러 해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남자 단식에서 로저 페더러·프레드 페리·로이 에머슨·노박 조코비치 등이, 여자 단식에서는 도리스 하트, 셜리 프라이, 빌리 진 킹, 크리스 에버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마리아 샤라포바 등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이런 통계 때문에 테니스에 비해 골프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골프에서 그랜드슬램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기록 달성에 실패한 선수들의 우승 횟수를 봐도 알 수 있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PGA 투어 29승째를 기록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하지만 매킬로이보다 훨씬 많은 우승을 하고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실패한 선수들이 여럿이다.
PGA 투어 82승으로 우즈와 함께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샘 스니드도 US오픈에서 4차례 준우승에 그쳐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다. 62승을 거둔 ‘킹’ 아놀드 파머는 PGA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준우승에 그치는 바람에 기록을 완성하지 못했다. 1945년 11개 대회 연속 우승에 한 해 18승이란 대기록을 세운 바이런 넬슨(미국)도 통산 52승에 디 오픈 우승이 없어 그랜드슬램에 한 발짝 부족했다. 현역 중에서는 필 미켈슨이 45승을 하고도 US오픈(준우승 6회) 우승컵을 채우지 못했다.
이들 외에 빌리 캐스퍼(51승), 월터 헤이건(45승), 톰 왓슨(39승), 캐리 미들코프(39승), 로이드 맹그럼(36승), 비제이 싱(34승), 지미 디마렛(31승), 호튼 스미스(30승) 등이 매킬로이보다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