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손톱에도 아트가 필요해

2025-03-09

지난 연휴에 나는 네일 아트샵에 갔다. 아직도 네일 아트를 여성의 사치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지나치게 긴 손톱을 붙여서 일상생활조차 불편하게 하는 네일 아트를 항상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나는 한 시간 동안 손톱관리를 받는 동안 손톱의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손톱은 우리 신체 중 최말단에 있어서 등한히 여기기 쉽다. 그러나 손톱의 색상, 모양, 강도 등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갈라지면 노화나 영양결핍을, 흰 반점이 생기면 손톱 무좀을 의심할 수 있다.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생기면 피부암의 가능성이 있고, 둥글게 파임이 보이면 철분 부족이나 심장병 또는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로로 파임이 생기면 당뇨병이나 순환기 질환이 의심된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손톱이 닳도록 일을 하시느라 번번히 손톱을 돌아보지 못하며 살았지만, 손톱도 명색이 톱 중의 하나라서 때로는 앙큼한 자존심을 세울 줄 안다. 딱히 위협하려는 요량은 아니지만 얕보았다가는 날카로운 톱에 할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즉, 손톱의 존재는 우리 신체의 말단에서 우리의 신체를 보호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톱이 없다면 우리가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많은 일들도 하기 어려워진다..

손톱이 닳도록 험하게 살아도 목숨만 부지한다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느리게 보이지 않게 자라는 손톱들도 주인공이 되는 날이 한달에 하루쯤 있어준다면 날카로운 슬픔도 오색영롱한 기쁨으로 감싸고 “너 참 예쁘구나” 하고 칭찬받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미용실에서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보다 네일 아트를 할 때 더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는 헤어 스타일링은 거울을 보기 전에는 자신에게 보이지 않지만 네일 아트는 언제나 스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도 네일 아트를 받아보지 않은 어머니나 할머니도 모시고 가서 해드리면 어색해하시면서 기뻐하실 모습이 상상이 되어 미소가 지어진다.

예쁜 색과 무늬야 다시 남루해지겠지만 얼마간 예뻐진 자신의 손톱을 보며 힐링이 된다면 무대에서 내려오는 배우들처럼 우리도 다음 무대를 차분히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서로 얽혀사는 우리 사회도 그렇다. 두뇌 역할을 하는 사람, 심장 역할을 하는 사람처럼 중요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손톱이나 발톱 역할을 하는 사람처럼 사소해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코 그들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 사회와 세계가 커다란 하나의 유기공동체라고 여긴다면 허투로 볼 수 있는 존재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한시되기 쉬운 손톱 역할을 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네일 아트는 무엇일까? 그 중요함을 인식한다면 스스로 두뇌나 심장이라고 생각하는, 또는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손톱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 오늘은 내 손톱이 예뻐서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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