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짜장면과 짬뽕조차 쉽게 고르지 못하는 ‘결정장애 시대’다. 커피 한 잔, 음료 하나도 타인 의견을 묻고 검색까지 거친다. 그런데 축구 심판은 다르다. 관중 수만 명, 카메라 수십 대, 수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단 몇 초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은 번복되기 어렵고, 번복되더라도 상처는 남는다. 심판 선택에는 늘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얻는다. 올해 한국 축구 심판은 가장 먼저 비난받는 존재였다.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하면 더 욕을 먹었다. 심판은 애초에 칭찬받기 어려운 직업. 그래도 올해 한국 축구는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뜻은 전혀 없어 보였다. 오직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한 과도한 비난과 책임만 쏟아졌다.
판정은 ‘교육받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기자도 축구 기자를 25년 이상 하고 있지만 여전히 듣고 배워야 해석할 수 있는 판정들이 적잖다. 그런데 심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지도자, 선수, 관계자들이 규정 일부를 떼어내 이기적으로 “오심”이라 단정했다. 그들보다 더 모르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오심을 운운하는것을 보면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선수와 감독이 심판을 돕기보다 속이려 한다. 감독은 정확하게 보지도 못해놓고 무턱대고 자기팀이 파울을 당했다고, 볼은 우리 것이라고 몸부림을 친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볼이 누구 것인지, 누가 파울을 저질렀는지 거의 대부분 안다. 그런데 모두 자기 볼, 남의 파울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어떤 선수는 자기가 파울을 해놓고 파울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모두 피해자인 척할 뿐 누구도 심판이 올바른 판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런 장면들은 기량이 부족한 심판을 더욱 형편없는 심판으로, 나름대로 소신껏 휘슬을 부는 심판을 정치적 의도로 판정을 왜곡하는 심판으로 몰아간다.
축구 판정은 수학 문제가 아니다. 해석의 영역이고, 맥락의 문제다. 같은 장면도 경기 흐름, 위치, 속도, 접촉의 강도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애매한 상황은 늘 존재한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 모두 “억울하다”고 말하듯, 판정 역시 언제나 억울함을 남긴다. 책임은 언제나 심판의 몫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한국 심판들이 설 자리는 없다. 한국은 4개 월드컵 연속으로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지 못했다. U-20 월드컵, 클럽 월드컵에서도 한국 심판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 예산은 지난해 16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축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기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바람에 심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수당만 지급할 뿐 심판 양성과 교육에는 관심이 너무 없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심판이 없는 것은 한국 축구가 그동안 심판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심판 기량과 태도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심판들은 판정 능력을 끌어올리고, 파벌 문화와 잘못된 권위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육성하지도, 보호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또한 바뀌어야 한다. 심판을 패배의 희생양와 핑곗거리로 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반복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짓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심판 판정은 애초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판정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요구가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 판정이 틀렸더라도 존중하는 문화, 심판을 공격의 대상이 아닌 축구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태도,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 없이는 한국 축구의 판정 논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심판들은 가족을 보면 너무 괴롭다. “아빠, 심판 그만두면 안 돼?” “팬들한테 욕먹는 아빠 모습 보면 너무 속상해.” 자녀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심판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말이면 다시 경기장에 섰다. 욕을 먹으면서까지 휘슬을 불지 않으면, 축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심판은 내년에도 그라운드에 설 것이다. 휘슬이 멈추는 순간, 축구도 멈춘다. 심판도 누구의 남편 또는 아내, 누구의 아들 또는 딸, 누구의 아빠 또는 엄마라는 걸 우리는 정녕 모르는 것일까. 심판도 사람이다. 그리고 심판은 축구 산업을 조성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력자인 동시에 동반자며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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