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통령 금배에선 기존의 주축이었던 3학년 만큼이나 2학년도 눈길을 끈다.
당장의 실력을 따진다면 체격과 체력 등이 우월한 형님들이 아무래도 돋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기량에 큰 차이가 없다면 선발이 아닌 교체라도 기회를 주는 경향이 늘어났다.
금배에서 통산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단골손님’ 서울 보인고가 대표적이다.
보인고는 지난 13일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막을 올린 제58회 금배 조별리그 서울 문고와 첫 경기에서 한정진과 변정우, 이태인의 연속골을 묶어 3-0으로 승리했다. 상대인 상문고는 올해 금석배 정상에 오른 명문이다.
자연스레 이날 경기는 우승 후보들의 맞대결이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한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보인고의 승리는 선발과 교체를 합쳐 무려 5명의 2학년들이 당당히 주역으로 자리매김해 더욱 놀라웠다. 2학년 공격수인 한정진은 전반 39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2학년 수비수 이태인은 후반 32분 쐐기골을 책임졌다.
축구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쪽은 이태인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교체 출전한 그는 상문고의 공세를 막아내는 한편 전진 패스로 공격의 물꼬까지 열었다. 역습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감각적인 침투를 시도해 득점까지 넣은 것은 다재다능한 재능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 보인고 사령탑으로 활약하다가 올해 팀부장으로 보직을 바꾼 심덕보 보인고 부장은 “원래 볼 줄을 보는 눈이 있는 선수로 중학교까지는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수비수로도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이태인의 재능은 선수로 방향성을 결정짓는데 고민을 깊게 만든다. 2학년인 올해까지는 상황에 따라 포지션 구분 없이 뛰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로에서 각광받고 있는 빌드업이 되는 왼발 수비수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김형겸 보인고 감독은 “볼 배급이나 키핑 능력, 경기 운영 등에 강점이 있다. (중앙 수비수로 쓰기에는) 아직 체격이 다 성장하지 않았기에 올해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인도 보인고 출신으로 FC서울을 거쳐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진출한 수비수 이한범을 새로운 롤 모델로 삼았다. 이태인은 “왼발잡이라는 제 장점을 살리고 싶다”면서 “이한범 선배처럼 중앙 수비수로 성공해 부모님의 보살핌에 보답하고 싶다. 금배가 그 첫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