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게 달라진 대만 야구가 일본까지 눌렀다.
대만 야구 대표팀이 일본의 국제대회 27연승을 막아세우며 프리미어12 챔피언에 올랐다. 대만 야구의 국제대회(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프리미어12) 첫 우승이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4-0으로 꺾었다. 결과는 완승, 내용은 그 이상의 압승이었다. 공수주는 물론 벤치의 경기 운영에서도 대만이 일본을 이겼다. 홈런 2방으로 4점을 뽑았고, 에이스 린여우민을 비롯한 탄탄한 불펜진이 대회 최강이라던 일본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0-0 투수전 양상이던 5회초, 대만이 기세를 올렸다. 8번타자 포수 린자청이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렸다. 천천웨이와 린리가 연속 출루했고 한국전 고영표에게 투런 홈런을 때렸던 천제시엔이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쳐냈다. 올시즌 일본프로야구(NPB) 평균자책점 1.95에 12승(8패), 123구 노히트 노런까지 달성했던 요미우리의 에이스 토고 쇼세이가 홈런 2방으로 무너졌다.
일본의 실책은 여러모로 한국과 대만의 대회 개막전과 오버랩됐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토고가 선제 홈런을 허용하고 잇따라 주자를 내보내며 흔들리던 중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의 한국 대표팀이 흔들리던 에이스 고영표를 방치하다 홈런 2방을 맞고 무너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기록지에 찍힌 건 홈런 2방에 4점이 전부지만 대만 타선은 그 이상으로 위협적이었다. 11안타를 때려내며 4안타에 그친 일본에 화력전에서 완벽하게 앞섰다. 안타수를 생각하면 오히려 4득점이 아쉬웠다.
대만 타자들은 1번부터 9번까지 시원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7회 4번 타자 린안커가 좌완 계투 스미다 치히로에게 도쿄돔 오른담장 파울폴을 까마득하게 넘기는 대형 파울 타구를 날렸다.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 판정이 났다. 단 몇 십㎝만 안쪽으로 들어갔어도 홈팀 일본에 대형 참사를 안길 뻔 했다. 3점 홈런을 쳤던 천제시엔도 상대 마무리 오타 다이세이에게 9회 다시 커다란 파울 타구를 때렸다.
마운드 위 투수들도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조별예선 한국전 6득점을 포함해 대회 8경기 63점을 터뜨렸던 일본 타선을 구위로 눌렀다. 비신사적이라는 비판과 2000달러 벌금까지 감수하고 내민 선발 린여우민이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린여우민은 1·2회를 삼자범퇴 처리했고, 3회말 첫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지만 삼진 포함 범타 처리로 위기를 넘겼다. 린여우민은 4회 다시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중견수 천제시엔과 2루수 웨둥화가 잇따른 호수비로 흐름을 끊어냈다. ‘투박한 타격, 어설픈 수비’라던 과거의 수식어는 이날 대만 야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대만은 5회초 4득점으로 승기를 잡자마자 바로 불펜을 가동했다. 장이와 천관유, 린카이웨이를 차례로 올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말 1사 1루 일본의 마지막 기회에서 5번 타자 쿠리하라 료야의 타구가 대만 1루수 글러브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고, 주자까지 어찌할 도리없이 아웃을 당했다. 대만이 국제대회 첫 우승, 그리고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전 이후 32년 만의 일본전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