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강달러·정국 불안 커지며
4분기 방어액 역대 최대 늘어날 듯
올해 부쩍 커진 달러당 원화값 하락을 방어하는데 76억 달러 넘는 국가 ‘외화 비상금’이 투입됐다. 최근 정국 불안감이 커지며 원화값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어, 환율 방어에는 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외환보유액이 급갑하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과 경상수지마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며 국가신인도를 떠받치는 3대 축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10월 기준)로 올해 들어서만 47억6000만달러 줄었다. 올 상반기 원화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투입된 자금(76억1000만달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외화 비상금이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외자 운용액 등이 더해지면서 환율 방어에 투입된 자금보다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줄었지만 외화 비상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 원화값 낙폭이 부쩍 커졌다는 점이다. 올해 원화값 방어에 투입된 자금이 역대 최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기 기준으로 원화값 방어에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이 투입됐던 시기는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졌던 2022년 3분기(175억4300만달러)로, 당시 분기 평균 원화값은 1337.98원을 기록했다.
올 4분기(10월~12월 12일 기준) 원화값이 이보다 46.45원 낮은 1384.43원까지 추락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투입된 자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공산이 있다.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나라 곳간마저 빠르게 부실해지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정부 수입에서 지출·4대 보장성기금을 차감한 값) 적자는 올해 9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87조원)에 비해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재정적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이 잇따랐던 2022년 문재인 정부 집권기 117조원 적자로 역대 최악을 기록한 후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내 경제를 나홀로 떠받치는 경상수지도 불안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3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나는게 그쳤다. 최근 14개월 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내년 1월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경기 주축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10~20%의 보편관세가 실제 이행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93억 달러 줄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