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녹·청(RGB) 화소가 증착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마이크로 OLED는 애플 비전프로와 같은 확장현실(XR) 기기에 활용되는 디스플레이로, RGB 마이크로 OLED가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인수한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은 RGB 화소를 패터닝한 마이크로 OLED 패널을 2분기부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미 엔지니어링 샘플에 대한 주문을 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매진은 생산 제품이 최대 1만니트(cd/m²) 밝기를 구현하는 풀컬러 디스플레이로, 컬러 필터를 사용하는 화이트 방식 마이크로 OLED와 달리 유기발광 재료를 기판에 직접 증착해서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RGB 방식 마이크로 OLED가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비전프로에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가 탑재됐는데, 이는 화이트 OLED에 컬러필터를 적용한 것이었다.
RGB 패터닝은 필터를 거치지 않고 화소가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백색광에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방식(W-OLEDoS)보다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표시할 수 있다. 수명과 효율도 RGB 방식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더 뛰어난 마이크로 OLED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매진은 2023년 5월 삼성디스플레이가 인수한 미국 기업이다. 파인메탈마스크(FMM)가 아닌 실리콘 마스크를 이용해 실리콘 기판에 마이크로 OLED를 증착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회사 인수에 2900억원을 투입했다.
마이크로 OLED는 작은 화면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초소형 화소를 만드는 게 관건인 데, 이매진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디스플레이를 만들지만 반도체와 같은 초미세공정을 다룬다. 이렇게 만든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기판 위에 증착한다고 해 '올레도스(OLED on Silicon)'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매진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주문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 샘플 주문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고객사도 이제 상용 제품 개발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그러나 애플 비전프로 등장 이후 삼성전자, 퀄컴, 구글 등이 XR 기기 개발을 밝힐 정도로 출시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RGB 마이크로 OLED의 상용화와 새로운 XR 기기 등장이 머지 않아 보인다.
또 TV·스마트폰용 OLED가 그랬던 것처럼 XR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화이트 방식과 RGB 마이크로 OLED 진영 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경쟁이 예상된다.
이매진 측은 “RGB 마이크로 OLED 외 추가 디스플레이 유형과 해상도 제품도 2025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