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가 급감했다.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 약 90%가 사직한 상태인 데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지원자 수도 저조해 의사 인력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9일 3594명의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를 모집한 결과 314명이 지원해 지원율은 8.7%였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빅5’도 784명 모집에 68명이 지원해 전체 지원율과 같았다. 이들 병원의 지원자 수도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1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저조한 지원율은 예견됐다. 레지던트 과정에 지원할 인원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과정은 인턴을 마친 후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전국 211개 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현재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 모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의료계에선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가 주장하는 ‘2025년도 의대 모집 중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선 “계획 없이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하나둘 올라왔다.
이처럼 수련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친 전공의도 있었지만,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의료계 여론을 주도하면서 내부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엔 수련병원에서 촉탁의(일반의)로 근무하는 이는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폐쇄적인 의료계 특성 탓에 수련병원 복귀자를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는 환경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은 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발표된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이다. 의료계에선 복귀를 망설이던 전공의 가운데 포고령 이후 발길을 돌린 이들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공의 지원자 수가 적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라 안타깝다”면서 “탄핵 시국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전공의 미복귀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공의 모집에 빅5 병원 지원자마저 소수에 그치면서 내년에도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인력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5 병원 의사 중 40% 안팎을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도 5% 내외로 대폭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들 병원의 의사 수 자체도 예년보다 약 30% 넘게 줄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238명이다. 이는 예년의 10% 미만으로 줄어든 숫자다.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2022년 2437명, 2023년 2742명이었다. 올해 빅5 병원 전체 의사 인력은 4463명으로, 2022년 6591명, 2023년 7042명에 비해 30% 넘게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인턴·레지던트 2~4년 차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병원을 이탈한 레지던트 약 9000명은 지난 6월 초 사직서가 정식 수리돼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불가’ 규정을 풀어주는 수련 특례가 없으면 지원할 수 없다. 복지부는 “수련 특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