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확장현실(XR)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협업해 내년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출시한다.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모델로, 메타 '퀘스트', 애플 '비전 프로'와 경쟁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XR 언락(XR Unlocked)' 행사를 개최하고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 이를 탑재할 최초의 기기인 '프로젝트 무한(無限)'을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XR 시장에 가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메타(옛 페이스북)가 인수한 오큘러스와 2014년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 기반의 '기어 VR' 헤드셋을, 2017년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윈도 PC VR 헤드셋 '오디세이(Odyssey)'를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유의미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엔 구글, 퀄컴과 손잡고 '무한' 도전에 나선다.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폼팩터 혁신을 위해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구글의 OS(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플러스 2세대' 등 각사의 강점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XR 관련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5월 미국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것도 특징이다. 이 날 공개된 '안드로이드 XR'은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개방형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멀티모달 AI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외부·가상 현실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할 수 있고, 사용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는 AI 에이전트(Agent)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MX 사업부 개발실장 최원준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 연사로 나서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물리적 제약없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이라며 "최첨단 XR 기술과 사용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의 결합으로 새로운 폼팩터 혁신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의 뛰어난 확장성과 함께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끊임없이 확장되는 에코시스템 및 폭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무한'이 XR 시장에서 흥행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XR 시장은 메타의 '퀘스트', 애플의 '비전 프로'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XR 시장 점유율은 메타가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메타 퀘스트3'의 경우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한 499달러(약 69만 원)에 출시돼 지난 4분기에만 200만 대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애플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보급형 '비전 프로'의 절반 가격도 안 된다.
또 XR 시장 규모 성장 추세가 더딘 것도 '무한'이 헤쳐나가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XR 시장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 등의 이유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XR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VR/AR 기기 출하량은 지난해 1000만 대 이상으로 관측됐으며, 2027년 3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XR 시장 규모가 연평균 34.94% 성장해 2024년 1055억 8000만 달러에서 2029년까지 4723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와 구글은 '프로젝트 무한'의 구체적인 사양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 출시전까지 스펙 및 가격 등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