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가 한국?”… 일본어 간판에 점령당한 전주시

2024-09-25

조선황실의 뿌리인 전주, 거리마다 일본어 간판 넘쳐나

최근 전주시내 번화가에 일본어 표기 간판을 앞세운 일본풍 식당, 술집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넘쳐나는 일본어 간판에 대해 ‘최근 유행에 맞게 감성있고 좋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조선황실과 K-한류의 뿌리인 전주에 일본어 간판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25일 오후 1시께 전북대학교 구정문. 이 일대 상가는 각종 일식당과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로 가득했다.

특히, 튀김과 라멘, 덮밥 등 다양한 종류의 일식은 대학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점심시간 메뉴 중 하나로서 일부 식당의 경우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같은 날 객리단길 일대도 전북대 구정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일본식 음식점과 술집들이 일본어로 된 간판, 메뉴판, 일본풍의 장식까지 두며 흡사 현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전북대에 재학 중인 박 모(22)씨는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음악 등 문화도 많이 접하다 보니 일본 감성이 유행하기 좋은 조건이다. 요즘 세대는 음식의 맛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식당의 분위기다. 확실히 일본어 간판이나 일본어로 표기된 글귀들에 끌려서 식당을 찾은 적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나는 일본어 간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평생을 전주에서만 거주했다는 김 모(42)씨는 “한옥과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전주시 거리에 일본어 간판이 넘쳐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 문화 자체를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조선의 역사를 계승하려고 하는 전주시만큼은 일본어 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간판은 옥외광고물법 제12조 2항에 따라 한글맞춤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기해야 하고, 외국어로 표기 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한글도 함께 적어야 한다.

하지만 면적이 5㎡ 미만이거나 3층 이하에 걸려 있는 광고물의 경우, 지자체 허가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현행법을 따를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모두가 어려운 불경기 속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일식당 자영업자들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전주시내의 한 이자카야 업주는 “한식 주점을 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본어 간판이 거리를 뒤덮는 현상에 대해 옳다고 느끼는 건 아니지만, 젊은 세대가 주류인 번화가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들의 수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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