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2024-10-28

[비즈한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대학입시 제도와 부동산 시장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명문 학교가 밀집된 지역의 주거 수요를 더욱 자극해 주택 가격을 높이는 현상을 우려했으며, 대학입시 제도에서 학군이나 지역 편중 현상이 부동산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부동산 안정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다뤄졌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신입생을 지역 할당제로 뽑자는 것이 대표적인 제안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시장 규제와 관련해 가계부채 안정과 금융시장 건전성 유지를 강조하며,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 조치를 제안했다. 특히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리스크를 언급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통해 금융권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조율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수장들이 금융 외적인 영역, 특히 부동산 시장의 규제 및 정책에 관여하는 최근 동향은 금융의 독립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본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금리정책,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금융정책과 부동산 시장 규제가 중첩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본래 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정책 영역을 넘어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과 개입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하를 통한 건설 경기 부양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건설 경기 부양이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직접적인 금융시장 정책만이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된 시장 구조와 가계 대출에 대해 강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역시 부동산 PF 리스크와 관련해 위험도를 진단하고, 관리 강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발언은 금융 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금융의 역할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밀접히 연결되면서 본래의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경향이 보인다.

금융권 수장들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 자체로 상당하다. 한국은 부동산 시장이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가계 부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 대출에 기반하고 있다. 금융 수장들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로 작용해 매수 혹은 매도 심리, 대출 수요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매수 심리가 증가할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 매도 심리가 우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공공연하게 특정 방향을 제시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자연스러운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부동산 관련 발언은 시장의 자유와 자율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수장들은 정책 방향을 설명하거나 대책을 강구할 수는 있지만, 지나친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금융권 수장들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정책적 관점에서도 과도하게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이창용 총재는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의 자생적인 회복보다 정책적 개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경제 성장의 주요 수단으로 건설 경기나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삼기보다 다양한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언들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특히, 금융 수장들이 정책 발언을 할 때는 부동산과 관련된 시장 동향과 금융 리스크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시점에서 과도한 개입이나 지침이 제공되면 오히려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 변동이 큰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금융권 수장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장 동향을 바라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 수장들이 본래 업무 범위를 벗어나 부동산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발언을 하는 것은 금융정책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은 특정 정책 목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닌,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들이 특정 시장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할 경우, 정치적 압력이나 단기적 성과에 따른 결정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특히, 금융권 수장들이 부동산 관련 발언을 자주 할 경우, 시장은 독립적인 금융정책보다는 정책적 개입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금융권 수장들은 경제 안정과 시장 투명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되, 본래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개입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면서도 장기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책 수립과 의사소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금융권 수장들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책을 결정하며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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