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도축하고 AI가 등급 판정한다

2025-06-22

‘방역교육은 가상세계에서 받는다. 예리한 칼날을 가진 로봇이 도축장에서 일한다. 인공지능(AI)이 신속하게 축산물 등급 판정을 해준다….’

축산업계에 기술혁신 바람이 거세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최근 ‘가상농장 가축방역 교육 프로그램 시연회’를 열고 본격적인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축산농장 내 외국인 근로자와 신규 진입 축산농장주를 대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배울 수 있게 한 학습 도구다.

교육 대상자는 물리적인 공간에 모일 필요가 없다. 온라인에서 실제 축산농장과 유사한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한 후 자신을 대신할 ‘아바타’를 조작하며 소·돼지·가금별 방역수칙을 하나하나 학습해간다. 가령 공항 입국장에서 불법으로 가져온 축산물을 제거하고, 농장에서는 이상 증세를 보이는 가축을 가려내 백신을 투여하는 식이다.

김태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은 “‘가상농장 가축방역 교육 프로그램’은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가 직접 방역수칙을 점검해볼 수 있어 교육 효과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면서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네팔어·태국어 등 7개 외국어 서비스를 지원해 그간 취약점으로 꼽히던 외국인 근로자의 방역 수준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도축업계에선 도축 로봇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돼지와 같은 가축의 크기·형태를 디지털 형태의 정보로 실시간 수집한 후 해부학적인 절개 좌표를 자동 산출해 도축 작업을 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로봇은 스스로 학습할 수도 있어 도축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관련 새싹기업(스타트업)인 ‘로보스’의 박재현 대표는 “현재 돼지 목·복부와 이분도체 등 도축 공정별 전용 로봇을 상용화했고, 각 공정은 8∼10초 내외로 신속하게 끝난다”면서 “제주양돈농협이 도입한 로봇은 시간당 450마리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생산성과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AI를 기반으로 한 ‘소 품질 평가장비’ 개발을 마치고 각 작업장에 보급하는 데 주력한다. 전국 16개 작업장에 모두 30대의 장비를 배치해 인력 중심의 등급 판정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등급 측정 기계는 사람 대신 ▲등지방 두께 ▲등심 단면적 ▲근내 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7개 항목에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박병홍 축평원장은 “3년간 사전 연구와 4번에 걸친 개량 과정을 거쳐 일본산 장비보다 무게를 6분의 1로 줄인 한국형 장비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소 품질 평가 이미지 데이터를 온라인 유통에 활용한다면 축산업계는 더욱 다양한 유통 경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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