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왜 럭비였나
2. 왜 살수차 35대를 동원했나
3. 남성취향 예능만 한다?
처음 ‘최강야구’ 장시원PD가 럭비 예능을 들고나왔을 때, 심지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들고나왔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왜 럭비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주가가 높은 JTBC ‘최강야구’는 애초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를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럭비는 우리나라에 대학 4팀, 실업 10팀 총 14개팀이 한 개의 리그에서 겨룬다. 게다가 상금은 ‘0원’이다. 관중이나 처우는커녕 제대로 경기를 할 경기장도 잡기 힘겨운 스포츠를 왜 택했을까. 자세히 살펴보면, 장PD 특유의 감과 추진력을 느낄 수 있다.
■ 쟁점 1. 왜 럭비였나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최강럭비:죽거나 승리하거나’는 ‘도시어부’ ‘강철부대’ ‘최강야구’ 등을 만든 장시원PD 사단이 뛰어든 첫 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이다. 대학 2팀, 상무, 실업 4개팀 등 총 7팀이 참가해 각종 사전게임으로 8강 대진을 만들고 3억원의 우승상금을 놓고 겨룬다.
“‘최강야구’ 첫 시즌을 마치고 일본 삿포로 여행을 갔어요. 설원을 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중세시대 설원에서 피를 쏟는 전투가 떠오르는 거예요. 돌아와도 그 이미지를 떨칠 수 없었는데, 현대에 그런 이미지가 느껴지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럭비’를 떠올렸어요.”
갑자기 떠올랐다 해도 그는 럭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일단 경기가 열린다는 곳을 수소문해 일단 봤다. 생전 처음 보는 럭비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한 경기를 하면 피를 보는 일은 부지기수. 심지어 다섯 명씩 실려 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듯 경기가 이어졌다.
“‘와, 이 사람들 뭐지? 왜 이러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스포츠는 몸값이 정해지지만 럭비에는 돈을 떠나서, 오늘 경기가 마지막인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특히 양 팀이 모여서 어깨를 거는 ‘스크럼’에서 ‘크라우치’ ‘바인드’ ‘세트’ 구호에 맞춰 부딪칠 때는 뼈와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렸어요. 안 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 본 사람은 없습니다.”
■ 쟁점 2. 왜 살수차 35대를 동원했나
‘최강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의 구단주로 프로그램 진행까지 겸했던 장PD는 이번에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게임규칙을 설명하고, 출연자들의 소감도 들었다. 7팀 섭외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마침 촬영 후 큰 대회가 있어 부상을 염려하는 선수들의 걱정이 따랐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거 하다 부상당하면 어쩌냐’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부상과 관련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가 책임진다고 했죠. 보험도 준비하고, 대학팀이나 상무는 학교 측과 국군체육부대를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럭비를 다룬다는 자체를 고마워해 주셨어요.”
8강전 백미는 7회 공개된 수중전이었다. 장PD는 경기장의 컨디션도 예능처럼 정교하게 조율했다. ‘낮 게임’이 둘, 원래 ‘설원전’을 넣으려 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빼고 대신 ‘수중전’을 넣었다. “무조건 비가 올 것”이라는 그의 장담대로 35대의 살수차가 동원됐고, 이용한 물에 대한 처리도 중수도로 다시 했다.
“3월초 촬영이었는데 설원에서 첫 경기를 하려고 준비했죠. 그런데 너무 다칠 것 같은 거예요. 가서 보니까 그림은 예뻤지만 할 수 없었어요. 럭비는 규칙이 많아서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림 못지않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진행을 한 겁니다.”
■ 쟁점 3. 남성취향 예능만 한다?
2017년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리즈로 전인미답의 경지였던 ‘낚시예능’을 성공시킨 장PD는 2021년부터 방송한 ‘강철부대’로 기세를 이었다. JTBC 산하 레이블로 이적한 후에 기획한 ‘최강야구’는 그의 예능 ‘마스터피스’가 됐다.
“직관경기를 첫해 두 번, 두 번째 해 여섯 번, 올해는 아홉 번 했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이어지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만4000명 수용인 잠실야구장이 꽉 차고, 티켓팅 대기자만 몇만이라는 말씀을 들으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기해요. 남녀노소가 모인다는 점이,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을 채운다는 점이 벅찰 뿐입니다.”
그러한 성공가도와는 별개로 ‘낚시’ ‘군대’ ‘야구’ 등 다른 사람은 잘 거들떠보지 않는 소재에 맹렬하게 돌진하는 모습은 ‘남성향 예능’ 전문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낳게 한다. 하지만 그는 낚시도 군대도 야구도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저는 심심함을 많이 느껴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제가 모르는 세계를 탐합니다. ‘도시어부’ 때도 낚시를 해본 적이 없고 심지어 물고기는 싫어했죠. ‘강철부대’도 왜 저들이 저렇게 해야 하는지 의아했어요. 모르는 세계를 만나는 일은 심심함을 없애줬습니다. ‘최강야구’를 보면 20대 여성분들이 관중으로 굉장히 많아요. 타겟은 굳이 세우려 하지 않습니다. 궁금하면 파보는 거죠. 연애 프로그램도 할 수 있습니다. ‘강철연애’ 아니 ‘도시연애’가 되려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