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다 지나간다
- 김용택
눈보라도 지나가고
추위도 지나가고
그렇게
우리의 아픔도
다 지나간다
그래서 오늘도 산다
얼마 전 섭씨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이 있었다. 지금 잠시 추위가 주춤하지만, 아직 이틀 뒤엔 절기 대한이 남아 있어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때다. 더구나 대한민국엔 계엄령 포고 여파로 온 국민이 움츠러든 삶을 살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장이 폭락하고, 장사가 되지 않는 등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들 아우성이다. 이제 겨우 대통령이 체포 구금되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욱 추운 겨울을 살았을 조선시대 선비들은 겨울을 어찌 났을까? 선비들은 여든한 송이의 매화가 그려진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 색칠을 해가며 매화가 다 색이 칠해질 때쯤이면 입춘 곧 봄이 온다는 희망으로 살았다. 이렇게 옛사람들은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생각하며, 추위도 견뎌낸 것이다.
여기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 <다 지나간다>에서 “눈보라도 지나가고 / 추위도 지나가고 / 그렇게 / 우리의 아픔도 / 다 지나간다”라고 노래했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닥쳐도 다 지나가게 마련이란다. 시인은 “그래서 오늘도 산다”라고 되뇐다. 지금 우리에게 엄동설한이 남아 있어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고통스럽다 해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러기에 오늘도 잘 살라고 김용택 시인은 다독여 준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