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도민일보 CVO 25주차

“소리는 사람 마음을 데우는 가장 오래된 언어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요.”
전북특별자치도무형유산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왕기석 명창이 지난 4일 전주 글로스터호텔에서 열린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아카데미 제10기 25주차 강연에서 ‘소리여행’을 주제로 원우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왕 명창은 강연 시작부터 특유의 유머와 입담으로 판소리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왕 명창은 먼저 자신이 판소리를 시작하게 된 사연을 꺼냈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소리꾼을 꿈꾼 건 아니었다. 마치 길에서 누가 부르는 것처럼 우연히 이 길로 들어섰다”면서, “소리 공부 과정에서 겪은 고단함과 가족의 반대 등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나를 만든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시절엔 하루만 쉬어도 바로 실력이 티가 났다. 그만큼 몸으로 부딪치며 익히는 예술이었다”고 덧붙였다.
왕 명창은 판소리의 체계를 소개하며 “판소리는 창(소리), 아니리, 발림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종합 예술”이라며, “우리 음악의 가장 큰 힘은 꾸미지 않은 담백함이다. 말하듯이 부르고, 부르듯이 이야기하는 게 바로 판소리”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국악을 어렵다고 느끼지만, 사실 서양 음악보다 훨씬 구조가 단순하다. 문만 열면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는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왕 명창은 전통음악이 현대 대중문화와 만나는 지점도 언급하며 “판소리의 리듬과 장단은 다른 장르와 섞일 때 더 빛을 낸다. 그래서 협업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강연이 무르익자 왕 명창은 원우들을 무대로 초대하듯 직접 참여를 유도했다.
그는 추임새 넣는 법을 알려주며 “추임새는 창자와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고, 원우들은 “얼씨구”, “좋다”를 외치며 금세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추임새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마음이 가는 대로 내뱉는 게 더 맛있다”고 조언했다.
이후 단가 사철가를 들려주자 강연장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집중으로 채워졌고, 원우들은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얹으며 호응했다.
왕 명창은 “사철가는 짧지만 사계절의 정서를 한꺼번에 담고 있어 부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춘향가의 사랑가를 선창해보라는 요청에 원우들이 한 구절씩 따라 부르자 강연장은 웃음과 흥으로 가득 찼다.
왕 명창은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와 현재성을 짚으며 “우리 음악은 오래 들은 사람도, 처음 듣는 사람도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판소리는 한국인의 감정선을 그대로 담은 예술이고, 그 안에는 기쁨·슬픔·분노·해학이 모두 있다”며, “그래서 시대가 달라져도 공감대는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악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이 소리에 묻어난다”면서, “판소리는 결국 사람이 하고, 사람이 듣고, 사람이 완성하는 예술이다. 앞으로도 우리 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만나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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