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이 과거 전신인 KT&G 시절 돌풍을 이끌었던 유도훈 감독(58)에게 17년 만에 지휘봉을 맡긴다.
정관장은 29일 “정규리그 통산 403승을 올린 유도훈 감독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관장은 김상식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한지 하루 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해 공백을 메웠다. 정관장은 ”유 감독은 최근 몽골 프로리그의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며 현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유망주를 성장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유 감독의 코트 복귀는 2023년 용산고 카르텔 형성에 관여했다는 한국가스공사의 주장 아래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된 뒤 2년 만의 일이다. 당시 농구계에선 한국가스공사의 인적 구성이 신선우 총 감독을 비롯해 이민형 단장, 유 감독 등이 모두 용산고 동문으로 묶였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그러나 유 감독은 한국가스공사 측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박하면서 민사소송을 걸어 잔여 연봉을 수령했고, 2년 간의 공백을 거쳐 정관장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정관장은 선수 육성을 바탕으로 ‘봄 농구’의 단골손님으로 불렸던 유 감독이 2025~2026시즌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감독은 2007년 KT&G에서 프로팀 감독으로 데뷔해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끈 뒤 2008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10년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맡아 2023년까지 코트의 사령탑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조기 중단된 시즌을 제외하면 15시즌간 12번의 PO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 지도자다.
정관장의 유 감독 선임은 요즈음 다른 팀들이 젊은 지도자들을 중용한 것과 다른 흐름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 감독이 지도자로 쌓은 403승은 역대 통산 4위다. 유 감독보다 승리가 많은 지도자는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724승)과 전창진 부산 KCC 감독(578승), 김진 전 창원 LG 감독(415승)이 전부다. 전 감독도 이번 시즌 KCC와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일한 현역 감독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정관장은 이번 시즌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6위로 6강 PO에 진출했다. 정관장은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PO에서 3연패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들의 면면은 부족함이 없다. 변준형과 박지훈 등 앞선 라인이 여전히 KBL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고, 원주 DB와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종규는 부상만 없으면 국가대표 레벨이다. 여기에 박정웅과 김경원, 한승희 등 재능이 풍부한 신예들을 잘 키워낸다면 차기 시즌 변화를 이끌어낼 만하다는 평가다.
유 감독은 “감독으로 데뷔했던 안양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겠다”면서 “안양 팬덤의 눈높이에 맞는 팀 성적과 과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