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크네셋(국회) 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면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뇌물 수수와 사기, 배임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해 왔으며, 재판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도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가자지구 휴전 합의 성과를 강조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던 도중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의 이름을 부른 뒤 “그(네타냐후)를 사면하라, 어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저기 있는 이 신사(네타냐후)를 좋아한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켜 “좋든 싫든 그는 가장 훌륭한 전시 대통령의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시가와 샴페인을 대체 누가 신경쓰나”라고도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고가의 시가, 샴페인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점에 빗댄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스라엘 내정에 대한 개입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헤르초그 대통령이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를 사면하러 시도할 경우 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에어포스원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자신이 먼저 사면 이야기를 꺼낼 계획은 없었다면서 “그(네타냐후)가 매우 큰 박수를 받았고, 그것이 멈췄을 때 나는 ‘이 사람(this guy)을 사면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박수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기소를 비판하며 사면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 유력 정치인들이 모두 모인 크네세트 회의장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재판은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연돼 왔다. 야권에선 네타냐후가 의도적으로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전쟁 발발 전까지 이스라엘에선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전쟁과 관련 반인도 범죄 혐의로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자 세 명과 함께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