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 쑥부쟁이 그리고 노벨문학상

2024-10-15

가을꽃 아스타는 거대한 종을 거느린 속의 이름이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자생의 ‘쑥부쟁이’도 있다. 잎과 꽃이 쑥과 부지깽이나물을 닮아서 이런 이름을 붙여졌을 것으로 본다. 아스타는 쑥과 닮았지만 가을에 피워주는 예쁜 보랏빛 별꽃 덕에 잡초인 쑥과 같은 대접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도 강한 번식력으로 다른 식물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되도록 한 화단에 가두어 키우는 게 좋다.

지난주 나는 월드컵 공원에서 작가 정원 연출을 하느라 보라·분홍으로 피어난 아스타 꽃을 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이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는 3개의 장으로 연결된 이야기로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려하다, 끝내는 식물 자체가 돼 가는 여주인공의 이상한 상황을 그린다. 하지만 이 뼈대 속에 치밀하고 적나라한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 그리고 돌이키기 어려운 치유의 과정이 그려진다.

식물을 매일 접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식물이 움직이지 않고 비·바람·햇볕 모든 자연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하고 질긴 생존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아스타의 꽃말은 ‘기다림, 그리움’이다. 이 꽃말의 의미는 이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 듯하다. 이른 봄부터 싹을 틔운 후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저축하여, 드디어 늦여름 지나 가을에서야 꽃을 피워낸다. 참으로 긴 기다림의 시간이고, 더불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어찌 살 것인가. 우리 모두는 이 답을 찾기 위해 매일 열심히 뭔가를 뒤적이고, 파고, 일구는 듯하다.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에서 찾은 답은 이 식물의 생존방식이었으려나. 섣부르게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아스타가 활짝 핀 날들은 좋은 소식이라 두고두고 나는 한강 작가를 떠올리면 들국화, 아스타가 떠오를 듯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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