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처음으로 한국의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에 한·미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리 군의 핵잠 도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내가 그들(한국)에게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가했다(I have given them approval)”고 재차 밝혔다. 최종 성사 시 한국은 세계 8번째 핵잠 보유국이 될 수 있다.
비닉사업으로 추진해와…안규백 "4척은 필요"

현재 핵잠을 운용하는 나라는 핵 보유국(미·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을 제외하곤 인도 뿐이다.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호주는 오커스(AUKUS) 협력으로 2040년대까지 핵잠 5척을 도입하고, 브라질도 핵잠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핵잠 도입이 브라질보다 빠르다면 한국은 세계 8번째, 그보다 늦어진다면 9번째 핵잠 운용 국가가 된다.
핵추진 잠수함(SSN)은 농축 우라늄(우라늄-235) 등 핵 연료로 동력을 얻는다. 디젤 연료를 쓰는 재래식 잠수함은 최소 20여 일에 한 번은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핵잠의 잠항 시간은 사실상 무제한이라 발각 위험도 낮다. 작전 반경도 원양으로 확대될 수 있다. 25~30kt의 속력으로 4000㎞ 거리 떨어진 괌을 3~5일 내에 도달하는 게 가능하다.
앞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물밑에서 핵잠 도입을 추진했다. 비확산 체제 균열에 대한 국내외 우려 등 여론에 부딪혀 성사되진 못 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30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문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핵잠수함(도입)을 거론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한 대만 필요하냐, 두 대를 사가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1기 행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 자체는 한국의 핵잠 도입에 긍정적이었다는 설명인데, 결과적으론 미 정부 차원의 반대에 부딪혀 핵잠 도입이 좌절됐다.
다만 정부는 이후에도 대외비인 비닉(秘匿) 사업으로 핵잠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종합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미국의)승인이라는 표현보다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갖춰 놨고 마지막에 연료가 좀 필요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소형 원자로(SMR)도 많이 진척이 돼 있고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프로세스 상 육상에서 시험하고 수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절차도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말했다. “해군과 협의는 해봐야겠지만 최소 4척은 필요할 것 같다”면서다.
영국 아스튜트·佛 바라쿠다급, 저농축 방식 거론

한국형 핵잠은 6000~6500t급 규모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가능한 모델로는 영국의 아스튜트급(7400t급) 또는 프랑스 바라쿠다급(5000t급) 핵잠수함이 거론된다.
해군은 2005년 장보고-Ⅲ 잠수함 도입을 결정했을 때부터 9척을 목표로 했다. 현재 장영실함(3600t급)을 비롯해 장보고-Ⅲ 배치-Ⅰ·Ⅱ 잠수함 6척이 확정됐다. 군 안팎에선 나머지 3척(장보고 Ⅲ 배치-Ⅲ 사업)은 핵잠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 벌써 나온다.
미국의 핵잠은 고농축우라늄(90% 이상) 연료를 쓰는데, 이는 무기급이어서 도입 가능성은 작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대신 20% 미만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연료를 쓰는 프랑스 모델이 현실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라쿠다급 잠수함은 5~7% 농축 우라늄 연료를 쓴다. 이와 관련,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정부가 미 측에) 3~5%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거나, 우라늄 연료봉을 넣는 것을 동의해 달라고 했는데 미국이 핵잠을 같이 건조하자고까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본격 개발과 건조까지 최소 10년이 필요하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종감에서 “결정이 난다면 약 10여년 정도 소요가 된다. (도입은)203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견제까지 발 담가
핵잠 도입시 한국의 군사 전략적 변화가 낳을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한국의 군사 작전 반경이 한반도 바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전제로 핵잠 도입을 지원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군도 국정감사 답변서(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서 “핵잠은 북한의 위협 및 주변국의 해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밝히면서 중·러 대응을 암시했다.
◇헤그세스 "전작권 전환 훌륭한 것"=한·미는 또다른 오랜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서도 변곡점을 맞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30일 말레이시아 확대국방장관회의(ADMM plus) 참석 차 취재진과 만나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 구상과 관련해 “한국의 전작권 전환은 훌륭한 일(great)”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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