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아이돌 굿즈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콘서트장에서 사용하는 응원봉과 슬로건, 포토카드처럼 '소장용 기념품'에 가까웠던 굿즈는 이제 콘셉트 몰입, 놀이 요소, 일상 활용도를 결합한 '경험형 굿즈'로 진화 중이다.
앨범 세계관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굿즈도 콘텐츠가 되는 새로운 흐름이 관측된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콘셉트 기반 굿즈의 확산이다. 그룹 아일릿은 캐릭터 '리틀미미'와 협업해 앨범 속에 의상을 갈아 입히는 키링 인형을 넣어 팬이 직접 캐릭터를 꾸미는 놀이 경험을 선사했다. 르세라핌은 타이틀곡 '스파게티' 콘셉트를 굿즈에까지 확장했다. 파스타 면발 질감을 재현한 이어폰, 스파게티 박스 형태의 앨범 패키지 등 콘셉트형 MD를 선보이며, 앨범·뮤직비디오·팬 콘텐츠와 굿즈 세계관을 연결했다.
엔하이픈은 한발 더 나아가 멤버들이 기획 및 디자인 과정에 직접 참여한 '창작자형 굿즈'를 출시하며 굿즈 자체를 콘텐츠로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굿즈가 일상 소비재로 확장되면서 팬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형 MD'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머그컵, 향 제품, 룸웨어, 주얼리, 휴대폰 액세서리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굿즈가 대표적이다. 일상 속에서 티 나지 않게 쓰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팬 문화가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소속감을 표현하는 일상 속 아이덴티티로 기능한다.
굿즈가 경험형으로 바뀌는 배경에는 팬덤 소비 패턴 변화가 자리한다. 세계관과 콘셉트 소비 시대가 도래하면서 팬들은 단순한 소장의 기쁨보다 '참여'와 '몰입'을 중시하게 됐다. 굿즈는 이러한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물리적으로 확장하고, 팬들이 그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핵심 도구 역할을 한다. 이는 굿즈도 세계관의 연장선이라는 최근 K팝 IP 전략과 맞닿아 있다.

업계 역시 굿즈를 단순한 부가 수익원이 아닌 IP 확장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콘서트, 앨범, 유튜브 콘텐츠, 팬 플랫폼과 연동되는 MD 설계가 늘면서 굿즈는 하나의 2차 경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최근 수치도 변화 흐름을 뒷받침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4'(하이브·SM·JYP·YG)의 굿즈 및 MD 매출은 2024년 7900억 원대에서 2025년 약 26% 증가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굿즈는 앨범·투어와 함께 기획사 수익 구조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으며, 관련 수익 기여도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하이브는 위버스 스토어를 통한 자체 굿즈 생태계를 구축하며, 굿즈 비즈니스를 소속 레이블을 넘은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있다. 굿즈 매출은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고마진 수익원이자,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경험형 굿즈'로의 진화는 팬들이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며 추가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를 만들어내, 굿즈 사업을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만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엔터 애널리스트는 뉴스핌을 통해 "이제 굿즈는 단순 '물건'이 아니라 아티스트 세계관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라며 "팬이 참여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할 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사실상 팬만 아는 물건'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패션·홈리빙 등 대중 시장과의 접점이 크게 넓어졌다"며 "굿즈의 라이프스타일화는 K팝 산업 확장에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