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의 식사

2025-06-18

강미숙, 수필가·前 초등학교 교장

초록 나무 식판 위,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그릇 하나. 국도 후식도 없다. 하얀 주먹만 한 밥 위에 볶은 참치와 김치가 소복이 얹혀 있다. 그 흔한 김치조차 따로는 없었다. 보잘것없고 참으로 간소한 한 끼였다.

오늘은 ‘1달러의 식사’를 체험하는 날이다. 시작은 단순한 궁금증이었다. ‘정말 1달러로 식사가 가능할까?’ 잔반 없는 날을 실천하며 조심스레 덜어 먹었던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제한된 한 끼를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이 작은 접시에 담긴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삶의 무게였고, 세계 어딘가 누군가의 오늘이었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입으로 떠넣을 때마다 생각도 함께 씹혔다. 누군가의 하루를 삼킨다. 밥알 하나에도 조용한 울림이 있었다. 식판에 부딪히는 숟가락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말없이 흘러갔다. 누군가는 묵묵히 씹었고, 누군가는 한참을 바라보다 겨우 첫 숟가락을 들었다.

거만했던 내 위장도 오늘만큼은 조용히 움츠러들었다. 무심코 누려온 풍요, 당연하듯 받아들였던 넉넉함이 고개를 떨구게 했다. 그 조촐한 밥상이 내게 속삭였다.

“너는 과연 얼마나 가진 자였는가?”

“무엇을 나눌 준비가 돼 있는가?”

나는 하얀 밥알을 천천히 입에 넣었다. 절제된 식사는 몸을 가볍게 했지만, 생각은 깊어졌다. 누구도 배부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묘한 충만함이 가슴을 채웠다. 그 어떤 만찬보다 정직했고, 그 어떤 축배보다 깊은 의미가 있었다. 단출한 한 끼가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연민이었고, 각성이었으며, 동시에 책임감이었다. 숟가락이 입에 닿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작은 행위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내가 바뀐다면, 나의 변화가 곧 누군가의 현실과 맞닿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곧 각자의 파견지로 흩어진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실로, 누군가는 외딴 보건소로, 또 다른 이는 전기도, 물도 드문 산골 마을로 향한다. 빈부격차가 깊어진 지구촌. 마실 물을 길어 먼 길을 걷는 작은 발자국들, 하루 한 끼를 위해 흙탕길을 오가는 아이들.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배고픔과 함께 흐르고 있다.

우리가 들고 가는 건 거창한 기술도, 대단한 자원도 아니다. 손으로 건네는 따뜻한 마음 하나, 깊이 응시하는 눈빛 하나.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오늘의 식사가 말해줬다.

“굶주림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전쟁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전쟁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밥 한 그릇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침묵 속에 묻힌 존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그 작은 실천이 연대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래, 우리는 지금 떠난다. 다짐이라는 이름의 배낭을 메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말 대신, 함께 살아가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따뜻함이 언젠가 누군가의 추위를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풍요 속 무뎌졌던 나를 흔든 이 조촐한 밥상 앞에서, 나는 다시 생각한다.

조용한 실천은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나를 바꾸는 이 한 끼가, 이 세계를 향한 내 첫 연대가 되기를.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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